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읽기 #12 노름꾼
도박중독자의 수기
소설 '노름꾼'은 도스토예프스키가 급하게 빨리 써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27일 만에 썼다고 하는데, 이게 빨리 써낸 것인지는 기준 나름이겠다. 구상은 예전부터 했었고 실제 집필만 그렇게 걸렸다고 해야 정확하겠다.
도 선생은 전업작가로 글을 써서 먹고살아야 했다. 딱히 돈 걱정 없이 태평하게 심심풀이 취미로 소설을 써도 되는 톨 모 씨와는 작업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당장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글을 최대한 빨리 많이 써야했다. 게다가 도박으로 빚에 쪼들리는 신세라면, 더욱 더 그러했다.
실제로 도박 중독에 걸렸던 소설가의 체험 수기 같은 소설 '노름꾼'은 제목처럼 딱 그만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수기 회고 형식이다. 도박으로 돈을 왕창 벌거나 졸딱 망해 버린 사람 이야기다. 별 다른 노력 없이 큰돈을 버는 도박. 그렇게 번 돈은 아주 쉽게 써버린다.
"이제 당신의 꿈과 절실한 희망이란 고작 홀수와 짝수, 검은색과 빨간색 그리고 가운데 열두 숫자들 같은 것들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렸어요."(253쪽)
이 소설을 쓴 후에도 도스토예프스키는 한동안 도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생 자체가 도박 같았던 사람이었다. 처음 쓴 소설로 문학 스타가 되고, 모임에서 편지 한 통 읽었다고 시베리아 감옥 유형 생활을 하게 되고, 도박 중독에 빠지고, 간질 증세로 군을 제대한다. 마지막 작품이 최고의 걸작으로 남는다.
어쩌면, 저술업도 결혼도 사업도 그 속성상 도박 비슷하다. 대박이 날 수도 쪽박이 날 수도 있다. 대개는 대박 가능성이 무척 적다. 소설 쓰기도, 결혼도, 사어도 결국 돈 많이 벌려고 하는 사람이 종종 있지 않은가. 노력 많이 안 하고 돈 벌려는 심리다.
이 다음 작품 '죄와 벌'도 그 살인이 일종의 도박 심리다. 가난에 쪼들린 청년이 단 한 번의 살인으로 현재의 궁핍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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