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듣는 맛
안일구 지음
믹스커피 
2024년 6월
전자책 있음


클래식 음악 플루트 연주자가 쓴 클래식 입문서다. 당연히 저자의 전공인 플루트 연주곡을 수록했다.

클래식은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 배경 지식을 알면 이해해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 그래서 음악 소개 글이 필요하다. 작곡가의 생애, 곡의 구성, 연주자의 해석.

일단, 글이 짧아서 놀랐다. 읽다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지루하기 시작하려고 할 때쯤에는 글이 끝나 있었다.

자신의 개인 경험을 이야기하지만 질질 길게 끌지 않는다. 한두 문단으로 끝난다. 그리고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다. 클래식 용어 설명 같은 것은 거의 없었다. 시디 사면 라벨에 인쇄되어 있는 글보다 짧았다.


곡의 해설과 분석과 클래식 용어 설명으로 가득한, 교과서가 아니라 한뼘짜리 클래식 음악 소개서다.

종합선물세트 과자처럼 추천곡 106곡이 들어 있다. 각 곡은 QR코드로 유튜브에 연결된다. 틈 날때마다 소개 글 읽고 해당 곡을 빠르고 손쉽게 감상할 수 있다. 삶의 여백에 날마다 한 곡씩 들어 보면 되겠다.

균형잡힌 영양제처럼 골고루 선곡했다. 작곡자마다 최대 3곡씩. 모차르느는 예외. 유명하고 중요한 곡은 빠짐없이 넣었다. 글쓴이는 파헬벨의 캐논 D장조를 "온 세상 모두가 아는 곡"이라서 선정하지 않으려고 했다가 유튜브 연주 영상 보고 넣었다고 한다.
 
유명한 클래식 곡이지만 모르는 사람을 주변에서 종종 본다. 그 음악 소리를 알고 있으나 그 곡을 누가 작곡헸고 제목이 뭔지 모르는 것이다. 자동차 후진음으로 유명한 그 곡, 세탁 종료음으로 유명한 그 곡, 영화에서 들었던 그 곡, 광고에서 들렸던 그 곡, 휴대폰 벨소리 그 곡, 일본애니메이션에 나왔던 그 곡. 이렇게 말이다. 아,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는 소개 안 되어 있다.

즐거운 클래식 음악 감상 시간 되길 바란다.

※ 무료로 책을 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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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조윤범 지음
살림


심심해서 텔레비전을 켰다. 재미없군. 채널을 돌렸다. 클래식 프로그램을 다 하네. 말총머리에 작은 눈의 사내가 종알거리면서 농담을 한다. 아저씨의 탈을 쓴 아줌마다. 클래식 해설 프로그램 맞나? 이 사람, 연주까지 하네.

클래식 지식은 이해하기가 까다롭고 접근하기도 어렵다. 음악 용어는 상당히 넘기 힘든 산이다. 그저 좋다라고만 끝내고 만족하면 좋으련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그렇지 않다. 좋아하면 더 자세히 더 많이 알고 싶은 거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알아야 할지 캄캄한 분야가 바로 이 서양 클래식 음악이다.

바흐를 좋아한다고 하자. 그냥 좋아하면 머리가 안 아프다. 문제는 그 곡의 이름을 듣기 시작할 때다. 푸가? 캐논? 뭔 말이야? 대위법? 해설서를 뒤적이면 더 이해가 안 된다. 암호로 가득한 수수께끼다.

조윤범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끌어와, 익숙하지 못한 클래식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했다. 그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잡다한 대중 문화를 잘 알고 클래식과의 공통점을 잘 찾아냈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바흐부터 윤이상까지 다룬다. '코른골트'라는 무척 생소한 작곡가도 소개했다. 조윤범은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라서 현악사중주곡 위주로 설명했다.

맨 앞에는 독주곡, 실내악, 관현악 등 각 장르 설명이, 맨 뒤에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현악사중주단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적혀 있다.

조윤범은 깊고 정밀하게 곡을 해설하진 않았다. 작곡가의 삶을 흥미롭게 얘기하면서 여러 작품을 소개했다.

클래식 초보자라면 가장 먼저 읽어야 책이요, 클래식을 어느 정도 아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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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이야기
러셀 셔먼
은행나무
발매 2020.11.16.

누구나 피아노를 칠 수 있다. 아무나 피아노를 잘 칠 수 없다. 두 문장 사이에 뭐가 숨어 있을까? 연습이다. 날마다 연습, 꾸준히 연습, 충분히 연습. 완벽해질 때까지 하고 또 하고 계속 하고 다시 한다.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날마다 연습을 얼마나 혹독하게 하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쓰디쓴 과정보다는 달콤한 결과만 보려 하니까.

"연습은 정신과 의식과 영혼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며 즐거워야 한다. 학생이 하루 동안 열심히 연습하고 나서 진정한 만족감을 느끼도록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러셀 셔먼은 피아노 연주의 진정한 핵심은 연습이라고 말한다. 나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당장에 물질적 보상이 없는 피아노 연습에 대부분 지쳐서 힘들기 마련이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자꾸만 연습을 빼먹는다. 결국, 아예 피아노 연주를 그만두기에 이른다. 피아노 연주뿐이랴? 골프는? 책 읽기는? 글쓰기는? 공부는? 사업은? 연애는? 포기하면 그걸로 끝이다.

"완벽함은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연습은 시작도 중간도 끝도 없다. 계속 이어지는 과정이다. 삶의 과정이다. 연습은 삶이다. 끊임없는 노력이다. 절대로 그치지 않는 활동이다. 완벽은 천국처럼 지상에 없다. 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경지는 분명히 있다. 노력으로 가능하다.

노력은 장인적 성격이다. 예술가 기질과 상관없다. 기술적 완벽함은 예술적 영감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이 책에서 인용하는 괴테의 탄식을 들어 보라. "예술가인 동시에 장인이 아닌 예술가는 훌륭한 예술가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예술가들은 거의 다 예술가일 뿐이다."

앰브로스 비어스가 피아노 연주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고, 셔먼은 인용한다. "건반과 관객의 영혼을 동시에 누름으로써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법." 건반으로 영혼을 누르고 싶다면 한때의 영감으로는 어림도 없다. 끝없는 연습 끝에 나온 완벽에 가까운 상태를 이룬 후에 예술을 양념처럼 뿌린다. 그제서야 영혼이 울린다. 진정한 피아노 소리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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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에 관한 101가지 질문
아네테 크로이치거헤르, 빈프리트 뵈니히
경당
2010.03.05.

클래식 음악을 접하면서 생기는 의문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설명해 놓았다.

입문자한테 좋다. 클래식은 들어가면 끝이 안 보인다.
돈이고 시간이고 무한정으로 들어간다. 각오하고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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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베르크 변주곡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처럼 그렇게 자세하지 않다. 몇몇 문헌을 통해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그 간략하고 메마르고 단편적인 역사를 이렇게 풍부하고 생생하게 만든 글쓴이와 그린이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책은 현대적인 해석과 어린이다운 낙관적 해석이 어울어져 따뜻한 감성으로 이끈다. 물론 이건 사실이 아니다. 우리의 마음이 따르고자 하는 상상일 뿐이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불면증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신경을 더 날카롭게 한다. 다양한 기교적 변주는 연주자를 진땀나게 할 정도로 어렵다. 손을 교차시켜 연주한다. 2단건반을 춤추듯 가볍게 돌아다녀야 한다.

밥/설거지/청소할래, 연주할래? 당연히 연주지. 그냥 연주가 아니라 최고의 연주를 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는 일을 해야 한다. 최고의 예술을 할 수 없다면 당연히 일상 잡일을 해야 한다.

예술은 놀이가 아니다. 일이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30가지 변주에 재미를 붙인다면 아무리 어려운 연주라도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미 그 일에 미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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