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자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Predator (2005년)
그동안 시리즈에서 보여준 살인범들이 기괴하다지만, 이번 편의 미치광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연쇄 살인범의 뇌를 연구한다는 '프레더터' 실험에서 베이질 젤레트가 자신이 저질렀을지도 모를 살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것이 바깥 세상에서 발견된다. 여기에 살인범으로 추측되는 자칭 '호그'라는 자가 자꾸만 이상한 말을 해 오고, 감귤나무 조사관에, 루시와 하룻밤을 보낸 미인에, 산탄총에, 거미에, 별별 단서가 등장한다.
콘웰은 이야기 시작에 갖가지 미스터리를 설탕처럼 잔득 뿌린다. 수수께끼를 명확히 밝히기보다는 그냥 추측하는 쪽으로 끝내는 편이다. 복잡다단한 시작에 비해 결말이 초라하다. 이번 편은 작가가 욕심을 많이 부렸다. 시리즈 사상 '최고의 반전'을 만들고 싶었던 듯하다.
답을 알지만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복잡한 그 상황을 그 한 마디로 정리해주긴 하지만, 너무 쉬운 해결책이지 않나. 불가능해 보이는데, 작가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뭐. 독자가 무슨 할 말이 있으리오. 정신병자인데 이해가 되지 않은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괴물 같은 인간'이라고 두 번이나 말을 뱉는다.
발전이라면 발전이다. 시리즈 초기의 단순한 1인칭 주인공 시점과 간결한 문체는 이제 더는 볼 수 없다. 복잡다단하게 파편처럼 장면을 그리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범죄자는 더욱 기괴해졌고 살인범을 잡는 기술은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후속작은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질 듯한다.
그러지 않아도 괴상망측한 살인범들인데, 이번 편이 최고조였다. 최고의 미친년놈이었다. 사랑하던 캐릭터들은 망나니처럼 멋대로 굴며 초기 작품에 보였던 매력을 잃었다.
이번 편에서 마리노의 변신은 안타까웠다. 마리노 아저씨가 완전 비호감으로 바뀌었다. 사람이 나이 들어서 돈을 많이 벌면 이상해지는 것일까. 값비싼 오토바이 타고 돌아다니며 젊은 오빠 폭주족 흉내나 하려고 들다니. 정말 싫었다. 내가 이 시리즈를 읽는 이유는 마리노였었다. 소설의 반전보다 이게 더 충격이었다. 회복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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