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시 지음
이동윤 옮김
엘릭시르 펴냄
2012년 7월 발행
전자책 O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시 지음
강영길 옮김
동서문화사 펴냄



로맨틱 코미디다. 본격 미스터리를 바라는 이한테는 실망이겠으나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바란다면 만족이다. 범인이 누군지 그게 뭐 중요한가. 우리의 귀염둥이 커플, 치과 의사 월터 바라노프와 꽃집 아가씨 앨마 웹스터의 코미디를 보고 있으면 살인이 일어나도 별 관심이 안 가더라.

1. 교묘한 복선처리
이 때문에 책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읽게 한다. 프롤로그와 전보문에 소설의 전반을 암시한다.

2. 정확한 시대묘사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인용했다. 여러 풍속을 세밀하게 그려 넣었다. 역사소설 읽는 것 같다.

3. 독특한 인물설정
웃음이 절로 난다. 로맨스소설에 빠져 사는 알머가 귀엽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술술 읽히진 않았다. 동시 다발적으로 이곳저곳에서 인물과 사건이 소개되고 전개되다가 배에서 모두들 만나게 된다. 산만하다. 게다가 1920년대 당시 유명 인사(채플린, 화이트헤드, 러셀)와 온갖 고유 명사 삽입은 작위적이다. 

작가는 당시 역사적 사실과 온갖 단어를 조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미에 푹 빠진 듯하나, 독자 입장에서는 별 관심 없고 사건 전개 속도를 방해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흔한 범죄 이야기를 가져다 이를 코미디로 바꿔 다시 또 다른 범죄로 바꾼 솜씨가 일품이다. 훌륭하다.

피터 러브시의 미스터리가 다소 지루하고 구식일 수는 있어도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고 계속 읽힐 수 있는 것은, 과장된 트릭이나 최신 과학 기술 같은 것을 전혀 끌어들이지 않고 수수께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사소하고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으로도 추리소설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유머 감각과 역사 풍속 애착은 독자에 따라서는 거부감이나 따분함을 유발할 수 있으니, 자기 취향에 맞는지 확인한 후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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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릭시르 번역본으로 다시 읽기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앨마는 여전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다른 인물들이 동시다발로 나오는 식이었다. 산만하다. 게다가 분량이 이렇게 많았었구나. 통독하려면 어느 정도 끈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202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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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엘러리 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북스피어
2018년 12월
전자책 X

피터 러브시의 단편소설 두 편이 있다. 두 편 모두 두 번 반전을 선사해서 즐거웠다.

7월 무더위 날씨에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책을 애써 찾아 읽은 이유는 수수께끼가 될 수도 있겠군. 바로 답을 알려주겠다. 피터 러브시의 단편소설이 이 책에 실려 있다고 해서다. 1편만 실린 줄 알았는데, 2편이 있었다.

다른 작가의 작품도 읽어 볼까 싶어서 인터넷 서점 리뷰를 보니까, 책 첫째로 실린 피터 러브시의 '먹어 봐야 맛을 알지'를 제외하고는 별로였다고는 평이 있었다. 역시나 피터 러브시로 귀결되는군.


단편소설 '먹어 봐야 맛을 알지'는 예전에 읽었던 소설이었다. 아, 이 책을 내가 읽었었구나! 아니, 그때도 이 첫 단편소설만 읽고 책을 덮었던 모양이다.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푸딩에 동전, 보석, 반지 같은 것을 넣는다. 왜? 그냥 이 나라의 관습이다. 그러다가 삼키면 어쩌려고 싶은데, 그냥 하더라. 애거서 크리스티의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에는 보석이었고, 피터 러브시의 '먹어 봐야 맛을 알지'는 동전이었다.

내게는 반전이 두 번이었다. 처음에는 푸딩으로 독살을 하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푸딩에서 나온 동전으로 추리할 수 있는 불륜은 당연히 푸딩 만들어온 그 여자의 짓일 거라 여겼는데, 역시 아니었다.

'귀신 들린 크레센트 저택'이라, 제목만 보고 드디어 유령집 이야기를 읽게 되는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힐 하우스의 유령'에 너무 실망해서 이번에 제대로 무서운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유령집 이야기는 비슷하다. 그 집 소유자한테 허락을 받아서 그 집에 머물며 조사를 한다. 저택에 머물던 주인공은 한 여자를 발견하고 유령인 줄 알았더니, 사람이었다. 

이 소설은 원 플러스 원이다. 과거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와 현재 바로 눈앞에 있는 여인의 정체가 동시에 밝혀진다. 작가 러브시의 솜씨가 좋다. 뭐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202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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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랍 인형
피터 러브시 지음
이동윤 옮김
엘릭시르
2022년 12월
전자책 있음

4년 전에 읽은 추리소설이다. 읽었던 책은 엘리시르가 아니라 뉴라이프스타일에서 1993년 5월에 펴낸 것이다. 도서관에서 빌렸을 당시 책장이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옮긴이는 정성호. 제목은 붙여쓴, 밀랍인형.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서 한 달이 안 된 시점에 책을 받았다. 읽는 중에 누군가 이 책을 대출신청 예약했다고 도서관 카톡 문자가 왔다. 국내에서 러브시는 인기가 제법 있나 보네.

 


다시 읽어도 결정적인 트릭의 해법을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라. 너무 간단해서 허탈했던 기억만 났다. 궁금해서 환장했다. 날도 더운데... 30도가 넘는 여름날에. "나는 독극물 캐비닛의 잠긴 문을 열 수 없었어요. 열쇠를 갖고 있지 않았으니까요."  못 참고 뒷장을 뒤적거려서 해답 339쪽을 봤다.  시시하군. 알고나면 대개 그렇다. 캐비닛 열쇠 미스터리는 밀실 트릭처럼 너무나도 단순해서 아예 그쪽으로는 생각을 못 하게 되더라.

이미 풀어버린 수학 문제라도 과정이 재미있으면 다시 풀어 보려고 하듯, 추리소설도 범인과 범행 수법을 알아도 다시 읽는다. 결과가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재미는 과정에 있다.

목차에서 알 수 있듯, 사형일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다. 6월 25일 월요일. 그리 많지 않은 시간에 과연 정말 이 사람이 살인범인지와 정황상 어떻게 열쇠를 안 갖고서 독살을 해냈지를 밝혀야 한다. 이 대범한 살인자는 자백으로 자기 목숨을 걸고 도박을 했다. 독극물 청산가리를 보관하는 캐비닛 열쇠의 모순을 수사하는 측에서 알아차릴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이 점을, 높은 분이 제보를 통해 알아채고서 수사를 조용히 진행하라고 명령한다. 실력은 있으나 승진은 못 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경찰 크리브 경사한테 맡겨진다. 본래 크리브 경사 시리즈에서는 순경 새커리와 함께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혼자서 한다. 배정된 순경이 없기 때문이다. 우직한 경찰. 사건을 해결한다고 해서 자기 자신한테 딱히 득될 것이 없다. 그럼에도 한다.

세 사람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감옥에 수감된 미리엄 제인 크로머. 이 범인을 처형할 사형집행인 제임스 베리. 자백서의 진위 여부를 철저하게 알아내려는 수사관 크리브. 아무리 봐도 사형집행인 베리는 동떨어진 것 같았는데, 살인범의 밀랍 인형을 전시하는 곳에 들렸다가 아내한테 줄 사진 선물을 위해 사진관에 들른다. 바로 그 사진관이 미리엄 크로머의 남편이 운영하는 곳이다. 오해의 코미디가 발생하는데... [가짜 경감 듀] 분위기다.

수사 완결. 사형 집행 완료. 촬영한 사진 배송 완료. 이상.

202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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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원맨쇼]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검은숲 펴냄

2012년 4월 발행 

 

 

 

인터넷 검색과 최신 과학 수사 기술로는 풀어낼 수 없는 범죄 미스터리를 탐문과 관찰이라는 구식 수사 기법으로 풀어내는 주인공,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구식인데도 좋은 건 그게 구식이라서가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며 변치 않은 인간미가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기록은 간단히 삭제할 수 있죠. 하지만 이 기록에는 인간이라는 차원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인간은 그렇게 쉽게 지울 수 있는 게 아니지." 
557p

"나오미는 자신의 손을 다이아몬드의 손에 올려놓았다. 나오미는 얼굴을 들지도 않고 다른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일본 여인이 지켜야 할 예법에 어긋나지도 않은 채, 감상적인 면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려운 영국인의 목을 콱 막히게 했으니까." 
564p

피터 러브시가 사골국물 같은 감동을 만들어낸 솜씨는 인정해 줘야 한다. 유치한 유머와 낡고 평범한 수사 추리법조차 이 감동 앞에서는 용서되는 것이다. 나름 웃긴다고 노력하는 건 알겠는데 아주 웃기진 않았다. 그냥 피식 웃거나 썰렁했다.

끈기의 승리를 보여준다. 이 시리즈의 특징이다. 자폐아의 실종을 끈질지게 추적해내는 주인공의 인간적인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있으랴.

적극 추천할 만한 소설은 아니지만, 읽고나서 괜히 읽었다 싶을 정도는 아니다. 그럭저럭 괜찮다. 소심하게 살며시 추천해 본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더 번역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잘 많이 안 팔린 모양이다. 무려 총 21권에 달하고 2022년 출간이 최근이다. 작가가 아직 살아 계시니, 더 쓸 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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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형사]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시공사 펴냄

 




예전에 이 책을 읽다가 포기했다. 가까스로 고려원에서 펴낸 두 권짜리 책을 도서관에서 대여했지만 진도가 착착 나가지 않았다. 피터 러브시가 '가짜 경감 듀'에서 보여준 웃음은 여전하지만, 주인공인 늙다리 형사한테 정이 가지 않고 사건 진행이 지루했다. 읽다가 잤다.

시공사에서 한 권짜리로 새롭게 나와서, 이참에 어떻게든 끝내자고 책장을 폈는데 역시나 읽다가 잠이 들었다. 같은 얘기를 세 번 반복해서 이렇게 뚱뚱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이야기의 경제성을 따진다면 그다지 좋은 소설은 아니다. 

각 인물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여준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말이다. 제인 오스틴의 편지와 관련된 영문학 지식을 늘어놓는 데 재미를 붙인 지은이는 미스터리의 본연을 망각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절반 정도 읽었을 때 덮고 싶었다. 뒤표지에 '예상치 못한 감동'이라고 써 있지 않는가. 여기까지 읽고서 포기하면 이 소설은 영원히 읽지 못한 미스터리로 남는다. 끝장을 내자. 마침내 마쳤다. 감동? 그래 있었다!

피터 다이아몬드는 우직한 형사다. 취조와 탐문을 컴퓨터 검색과 DNA 검사보다 낫다고 믿는 사람이다. 대단한 추리력의 소유자도 아니다. 무술 실력이라도 있나 하면 그렇지도 않다. 소년한테 급소를 맞고 범죄자한테 삽으로 머리통 얻어 맞아 사망 직전까지 갈 뻔한다. 형사 맞아? 진지하게 묘사한 걸 봐서는 절대 웃기려고 이러는 게 아니다. 사건 수사하다가 사표 쓰고 경찰서를 나온다. 아, 뭐야?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영국 추리소설의 전통을 따른다. 이 사람이다 싶으면 아니고 저 사람이다 싶으면 또 아니다. 그럼 결국 이 사람이구나 했어도 역시 아니다. 의심조차 안 했던 인물이 범인으로 드러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기대하진 마시라. 그런 종류의 반전이 전혀 아니다. 이 사람이 아닙니다. 저 사람도 아닙니다. 범인은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이런 식이다.

지루할 때쯤 되면 어김없이 넣은 웃음은 억지스럽다. '가짜 경감 듀'에서는 유머가 이야기 전반에 흐르기 때문에 자연스럽지만, '마지막 형사'에서는 진지한 수사 중에 튀어나와서 생뚱맞다.


하현길의 평이 옳다. "기승전결 중 승과 전이 뭉뚱그려져 숨이 막힐 듯한 스릴을 즐길 수 없다."(588쪽) 결론이 툭 나온다. 증거와 사실로 범인 잡는 재미는 별로다.

끝까지 읽어 봐야 이 소설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하는 검시관과 컴퓨터 데이터 베이스로 용의자를 찍어 볼 수는 있어도 진짜 범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잡는 젊은것들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과학수사대는 절대 잡을 수 없었던 자가 살인자였다. 구수헌 청국장 냄새가 진동하는 결론으로 마지막 형사의 매력을 발산한다. 진짜 형사란 이런 사람이구나. 우리나라 드라마 수사반장이 생각난다.

2011.08.04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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