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문학동네


'설득'은 제인 오스틴이 가장 마지막에 완성한 소설이다. 작가는 나이도 많이 먹었고 결혼은 거의 단념한 상태에서 썼을 것이다. 여전히 여주인공이 돈 많은 남자랑 결혼한다는 테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소설보다는 확실히 주인공의 심리를 더 깊게 들어가서 내면의 목소리를 더 많이 담아낸다.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상황이 미묘해서 여주인공의 마음속은 심란하고 복잡하다. 자기가 차버린 남자를 8년만에 다시 만난다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다시 사랑에 빠지기를 바라게 되고, 작가는 당연하게도 이 둘의 사랑을 방해하거나 오해하게 하는 연애 작대기를 휘두른다. 옛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까? 여주인공의 사색적인 내면과 어쩔 줄 몰라하는 심리를 탁월하게 그려낸다.

여자는 돈이 많아도 나이 들면 결혼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지만 남자는 나이 들고 돈이 많을수록 결혼이 쉬워진다. 로맨스소설에서 나이가 많은 여자가 옛사랑을 다시 회복하는 '기적' 같은 일을 해내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지 않나 싶다. 제인 오스틴 소설 중에 유독 '설득'을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은 그래서이리라.

평생 독신으로 지낸 소설가가 자기 소설에 이렇게 쓴다. "제가 여자들을 위해 주장하는 특권이란 -- 별로 시기할 만한 게 아니니 탐내실 필요는 없어요 -- 더이상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도, 희망이 사라져버린 뒤에도, 여자는 남자보다 더 오래 사랑한다는 것입니다."(312쪽) 


자기가 쓴 소설의 여주인공이 모두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쓰면서 정작 자신은 사랑도 결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만다. 제인 오스틴은 진정한 사랑을 너무 잘알고 있었고 사랑이 없는 결혼에 대한 반발심이 심했기에 현실이 아닌 소설에서 그 마음을 그려놓는다. 팔 년이 지나도 이루어질 사랑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말이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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