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수잔
제인 오스틴 지음
김은화.박진수 옮김
바른번역(왓북)


제인 오스틴의 장편소설 여섯 편 외에 완성작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이 '레이디 수잔'이다. 장편소설은 이미 다 번역이 되어서 나와 있었지만 이 단편소설은 그동안 번역이 된 적이 없었다. 2014년 8월에 바른번역이라는 출판사에서 전자책 PDF 파일로 번역해서 냈다. 종이책은 없다.

 



이건 예상인데,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다른 출판사에서 종이책으로 나올 것이다. 이 소설이 영화로 제작 중에 있으니까. 이 한 작품만으로 종이책으로 내긴 그렇고 미완성 작품과 초기 습작을 묶어서 낼 것이다. 영어 원서 책은 그렇게 나와 있다. 눈치 빠른 편집자라면 기획안 내서 어서 출판하라!

악녀 사이코패스 레이디 수잔 이야기다. 뛰어난 외모와 교묘한 말주변으로 주변 사람들을 이용해 먹는 여자다. 양심의 가책이 전혀 없다.

언제나 그렇듯 제인 오스틴 이야기의 핵심은 결혼이다. 이 소설도 예외는 아니다. 예외라면 악당 캐릭터를 전면에 내새우고 있다는 점이다. 대개는 착한 여자 캐릭터가 시집 잘갔다는 식으로 해피엔딩을 만든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년이 계속 나쁜 짓을 하다가 나쁜 년으로 끝난다. 어쨌거나 이야기의 끝은 결혼이다.

도대체 레이디 수잔은 과연 어떤 년인가. 남자 사냥꾼이다. 미혼 기혼 안 가린다. 꼬셔서 결혼해서 먹어치우려 든다. 자기 딸마저 이용해먹는다. 소설 한복판으로 들어가면 레이디 수잔이 엮는 애정 그물망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돈 많고 괜찮다 싶은 남자란 남자는 다 꼬셔 놓는다.

서간체 형식이라서 맨 끝 결말만 빼고는 편지 마흔한 통이 줄줄이 나온다. 받는이에 따라 말을 달리 하는 편지로 겉과 속이 다른 수잔을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역시 제인 오스틴이다. 인물 묘사의 장인이다. 열여덟 살 때 쓴 초기 작품이지만 재능은 충분히 발휘했다. 다만, 끝이 약하다. 쓰다가 서둘러 마무리한 것 같다. 아직 필력이 부족한 탓이겠지.

'레이디 수잔'은 오가는 편지로 이야기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제인 오스틴 소설의 특성인 여러 인물의 친인척 관계를 초반에 파악하기가 까다로울 것이다. 읽어가면서 차근차근 이름 적고 메모해 가든가, 이 책 맨앞에 있는 등장인물 소개를 참고하면 되겠다.

나중에 쓴 장편소설을 미리 엿볼 수 있다. 감기 얘기는 '이성과 감성'에서 나오고 간통에 뭐에 물불 안 가리는 문어발 연애는 '맨스필드 파크'에 나온다. '레이디 수잔'은 '맨스필드 파크'의 밑그림으로 보인다. 악당의 비윤리적인 행각을 그린다는 점에서 '레이디 수잔'과 '맨스필드 파크'는 쌍둥이다.

서간체소설 형식을, 제인 오스틴은 꽤나 좋아했다. 우리가 즐겨 읽는, 제인 오스틴의 장편소설은 개작 이전에는 편지로만 서술되어 있었다. 편지가 소설에 자주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2015.05.23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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