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 G. K. 체스터튼 지음, 장유미 옮김/북하우스 |
G. K. 체스터튼 브라운 신부 전집 3 의심 - 범죄 수수께끼, 역설의 논리로 풀어낸다
추리소설 중에 유별나게,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패러독스 논리로 수수께끼 사건을 해결한다. 범죄 수수께끼와 범인 찾기 이야기로 우리 삶의 역설적 모순을 그려낸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 3권 단편소설 모음집 의심에서는 기적, 유령, 저주, 계시, 드라마 이야기 같은 일의 진상을 역설로 파헤친다. 이 때문에 사건마다 당혹스럽고 놀랍다. 너무나 기적 같아서 기적이 아니고, 너무 그럴 듯해서 가짜다.
세 번째 단편집 '의심'에서 브라운 신부는 셜록 홈즈처럼 유명 인사다. 첫 번째 이야기 '브라운 신부의 부활'에서 죽었다 살아나는 '기적'을 몸소 체험한다. 브라운 신부의 유명세를 이용하려는 자들의 헤프닝이다. 그렇게 보이면 그렇게 사람들은 믿는다. 실제 그래서가 아니라.
'기드온 와이즈의 망령'은 기묘한 범죄다. 갑자기 세 명의 부자가 거의 동시에 살해당한다. 한 사람이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된다. 그 사람이 그 중에 한 사람인 기드온 와이즈를 죽였다고 자백하고는 그의 유령을 보았다고 떠들어댄다. 기드온은 극적으로 살아남은 것으로 밝혀지고 결국 자백한 사람은 무죄 석방된다. 너무나 그럴듯한 이야기 같고 지나치게 문학적인 자백을 의심한 브라운 신부는 경악스러운 진상을 밝혀낸다.
세 번째 이야기, 하늘에서 날아온 화살. 콥트 족의 잔을 소유자들이 죽어나간다. 이에 철저히 방어 및 범인 체포 준비를 했으나 이번에도 잔을 가진 회장이 죽고만다. 범인은 가장 가까운 데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난 범죄의 진상도 밝혀진다. 지나친 소유욕에 대한 우화로도 보인다.
'개의 계시'는 밀실살인이다. 미스터리 팬이 열광하는 트릭이자 고전이다. 요즘 현대에 들어서는 추리소설에서 잘 쓰지 않는 이야기 소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결국은 밀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된다. 개가 범인을 지목했다고 여기고, 여기에 유서 유산 문제가 겹친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의심스러운 가운데, 단지 들은 얘기만으로 범인을 알아내는 브라운 신부 되시겠다. 개의 행동과 사람들의 평소 성격이 힌트였다.
'황금 십자가의 저주'는 제목처럼 저주 이야기다. 정확히는 그런 저주를 믿는 사람들의 맹신을 이용한 범죄다. 트릭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같은 유형이다.
"나는 불가능한 일은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은 믿을 수 없다." 패러독스처럼 보이는 상식이다. "우리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다룬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우리가 이해하는 일을 반박하는 자연스러운 이야기보다 더 쉽게 받아들입니다."
십자가의 저주라는 초자연적인 일은 너무나도 쉽게 믿어 버리면서, 가능은 하지만 상식에 어긋난 일은 간과하는 것이다.
브라운 신부는 범죄자 체포, 처벌, 고발보다 자백을 우선시한다. 사건을 해결하고 설명하면서 사립탐정처럼 자신의 추리력을 한껏 자랑하지도 않는다. 상식과 진실을 차분히 말한다.
브라운 신부 전집 3 [의심] G.K. 체스터튼 / 북하우스 - 픽션을 깨는 픽션
의심 - 8점
G. K. 체스터튼 지음, 장유미 옮김/북하우스
저주, 기적, 전설처럼 기이한 일을 무턱대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은 이성적으로 보면 어이가 없지만 감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사람들은 대체로 명백하고 단순한 진실보다는 모호하고 신비한 거짓을 더 좋아한다 그게 더 마음을 편하고 즐겁게 하며, 특히 애써 더는 생각할 고역을 하지 않아도 된다. 체스터튼은 브라운 신부라는 가톨릭 신자의 냉철한 이성으로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거짓의 거울상을 깨뜨린다.
첫 단편 제목부터 얼마나 신비스러운가. 브라운 신부의 부활. 다른 단편소설에 붙은 제목도 그렇다. 기드온 와이즈의 망령. 망령이다. 하늘에서 날아온 화살. 개의 계시. 황금 십자가의 저주. 저주! 날개 달린 단검. 다너웨이 가의 운명. 문크레센트의 기적. 기적! 부활, 망령, 계시, 저주. 운명. 기적이 모조리 브라운 신부의 단순하고도 명쾌한 추리로 개박살이 난다.
체스터튼은 추리소설의 가치를 기묘한 트릭의 재미가 아니라 명백한 진실의 발견에 두었다. "지적인 추리소설의 진짜 목적은 독자를 당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알게 하는 것이다. 그것도 일련의 진실들이 충격적으로 독자들에게 폭로되는 방법으로 알게 만드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훨씬 더 고상한 추리물에서도 진실을 가리는 목적은 단순히 신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목적이 애매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밝히는 데 있다. 그것도 섬광처럼 깜짝 놀랄 만한 형식으로."
이런 추리소설에 대한, 국내 독자의 반응은 좋지 못하다. 소설을 읽고 나며, 추리소설의 환상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깨어나게 된다. 모든 수수께끼끼의 진실은 뛰어난 추리력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거짓 환상을 버리고 진실하게 볼 때면 나타난다는 것이다.
픽션을 깨는 픽션이다. 냉철한 이성주의자만 이 책을 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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