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쿠에 자기암시 - 날마다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자
자기암시 - 인생을 변화시키는 긍정적 상상
에밀 쿠에 (지은이), 최준서, 김수빈 (옮긴이) | 하늘아래 | 2008년 7월
긍정적 사고는 자기계발, 성공, 행복의 조건으로 많이들 얘기한다. 성공하셨다는 분들이 하시는 덕담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라'가 꼭 있다.
현실을 보자. 실제는 어떤가. 부정적인 상황에 처하면 우리 대부분은 긍정하지 못한다. 오히려 부정적인 상상에 사로잡혀, 입에서는 욕설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고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 한 사람의 부정적 생각은 말이 되고, 그 말은 곁에 있는 사람들한테 옮겨지고, 그 조직 사회 전반에 걸쳐 퍼진다. 말의 전염성은 강력하다. 부정적 생각이 증폭되고 만다.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현실 인식과 실천 행동이 달라진다. 간단한 예로, 중립적 상황이라 할 수 있는 '컵 절반에 담긴 물'에 대한 해석이 있다. 애걔, 반밖에 안 남았네. 우와, 반이나 남았네. 무슨 생각을 할지는 선택이다. 긍정이냐 부정이냐, 선택이다.
선택이라, 간단하다. 쉽다? 수긍이 안 된다. 왜 그리도 긍정을 선택하기 어려운가. 어떻게 하면 긍정적 사고를 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의문에 대한 답을 에밀 쿠에의 '자기암시'에서 찾아보자.
이 책은 두께로 보나 안의 내용으로 보나 간단하다. 당신이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일이라고는 다음 한 문장이 전부다.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정확히 인용하자면,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60쪽)이다. 천천히 세 번 끊어서 이 주문을 반복해서 말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심리학에 배경지식이 있는 이라면 "무의식에 밥을 먹이라는 거군." 하고 프로이트를 떠올릴 수 있으리라. 무의식의 힘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같지만, 에밀 쿠에는 복잡한 정신 분석과 꿈 같은 걸 언급하지 않는 면에서 다르다.
프로이트와 동시대를 살았던 에밀 쿠에는 학자가 아니었다. 쿠에 씨는 약사이자 치료사였다. 그는 이 책에서 자기암시 실천법과 여러 치료 사례를 나열할 뿐이다. 이 책 그 어느 쪽에도 거창한 이론, 웅대한 철학, 치밀한 분석 등을 볼 수 없다. 그저 "해 보라. 효과가 있으니까."가 자기주장의 근거다. 언뜻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여기겠으나 제시하는 사례를 보면, 과연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기증은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생긴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것은 잠을 자려고 온갖 노력을 다해서 그렇다. 어떤 사람의 이름이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것은 어떻게든 기억해내려고 애쓰기에 그렇다. 알코올의존, 섹스중독, 신경쇠약, 말더듬, 대인기피 등은 의지로 노력해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그 상황에 고착된다. 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암시를 행한다. 의식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무의식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상상하다. 이때는 언제나 무의식이 이긴다. 담배를 쉽게 끊을 수 없는 것은 자신이 끊을 수 없다고 이미 마음속에서 끝없이 자기암시를 행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노력, 결심, 의지 따위로 해서 될 일이 아니란 말이다. 여기서 무의식은 '의식이 없음.'이 아니라 '의식이 되지 않는 자아(마음의 상태)'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쿠에는 '땅바닥에 있는 널빤지와 공중에 떠 있는 널빤지'를 예로 든다. 바닥에 놓여있는 것은 쉽게 건너지만 빌딩 옥상 사이에 있는 널빤지는 쉽게 건너지 못한다. 왜들 그런가? 그것은 그 사람이 그렇게 상상하기 때문이다.
현실 상황을 무시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쿠에는 "지붕을 고치는 사람이나 목수 같은 사람들은 이런 공포를 이겨낸다. 이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28쪽)라고 설명했다. 앞서 말한, 물 반 컵의 해석과 같다. 어떻게 상상하느냐에 달렸다. 상상은 상황을 초월한다. 우리 마음은 현실에 대한 반응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다분히 주관적으로 현실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긍정적 자기암시는 우리를 초인(超人)으로 바꾼다. "만일 당신이 당신 자신에게 어떤 일이 가능한 것이고 그렇기에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면 그 일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당신은 해낼 수 있다."(36쪽) 반면 부정적 자기암시는 우리를 무기력의 지옥에 머물게 한다. "하찮은 일도 할 수 없다고 상상하면 그 일은 절대로 할 수 없다."(36쪽)
"넌 할 수 있어."라는 말만 반복해 준다고 그 말을 들은 사람이 긍정적으로 태도를 바꾸는 게 아니다. 긍정의 말을 들은 당사자가 긍정적 자기암시를 확실하게 해야 효과가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어야 한다. 에밀의 충고는 다음과 같다. "인생에서의 성공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확신을 갖고 필요한 노력을 늘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54쪽)
주변에서 아무리 "넌 안 돼."라고 부정적인 암시를 반복한다 하더라도, "난 된다."라고 자기암시가 확고부동하게 신념으로 마음속에 단단하게 못을 막은 사람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먹은 일을 해낸다. 성공한 사람은 자기암시로 주변의 잡음과 불합리를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어떤 생각이 마음을 꽉 채우게 되면 그 생각은 자신에게 진실이 되고, 나아가 행동으로 옮겨지게 된다."(77쪽)
긍정적 자기암시 실천 방법은 이 책 제3부에 있다. 긍정적인 질문을 던져라. 마음먹었을 때 바로 시작하라. 진정으로 강한 것은 조용한 믿음이다.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라.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라.
분명히 할 점이 있다. '자기암시는 실패할 수 있다.' 에밀 쿠에는 자기암시가 잘 안 듣는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1. 확신이 부족하다. 2. 지나치게 의식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다.
에밀 쿠에의 '자기암시'는 위약효과의 확장판이다. 우리가 그렇다고 생각하고 자꾸만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능성이지 필연성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지, 낫는다고 상상만해서는 위험천만이다.
긍정적 상상이 만능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융통성을 갖도록 하자.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하기 위해 더 나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으며 꾸준히 시도하자. 날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지, 내일 당장 바뀌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날마다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