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펴냄

 



히가시노 게이고는 소설 '악의'에서 인간성의 단면을 날카롭게 묘파해냈다. 추리소설 장르에서 안주하는 그저그런 이야기로 쓰지 않았다. 범인 찾기 놀이와 트릭 보는 재미로 독자를 위한 놀이 한마당을 열고 잊혀지는 소설이 아니었다. 이토록 읽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다니. 놀라운 솜씨다. 

소설 주인공 가가 형사의 수사만큼 끈질기게 기필코 우리 모두에게 있을법한 '그 괴물'을 기어끼 꺼내 코앞에 들이댄다. 이런 악의적인 작가는 그동안 만나지 못했다. 스콧 스미스의 '심플 플랜' 이후 이런 작품은 다시 만날 수 없으리라 여겼는데...

잘 팔리는 작가라고 해서 어떻게든 책에서 못난 점을 찾으려고 혈안이었다. 아무리 잘 써도 그냥저냥 괜찮네 정도로 폄하시켜 내가 소설을 쓰지 못하는 불행을 감추고 싶었으리라. 그래, 어쩌면 나도 또 한 명의 노노구치이리라. 이름부터가 마음에 안 들더니. 

초반부 서술 트릭을 읽을 때만 해도 별 기대를 안 했다. 뻔히 나 범인이라고 말하는 문장과 이 수기는 제 멋대로 꾸며낸 거라는 게 확연히 보였다. 시시하게 끝나겠네. 하하핫. 드디어 이 작가 씹어 줄 때가 되었다고 속으로 엄청 좋아했다. 후반부를 읽을 때까지도 여전히 나는 이 작가를 어떻게든 깔아뭉게 버리고 싶었다. 예상했던 반전이었다. 그래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데...

마지막 세 쪽에서 지고 말았다. 담배를 피울 수 있으면 좋으려만, 나는 담배를 못 피운다. 그저 찹찹한 심정을 삼키고 한 마디만 덧붙인다. 

최고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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