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마이클 매커디 판화, 
김경온 옮김/두레

  * 희망, 나무, 타인 사랑
  * 인간의 위대함
  * 진정 인간적인 것은 무엇인가 
 
이 소설을 오늘 읽을 마음이 없었다. 괜히 식목일이라고 애써 이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홈페이지를 방문한 사람이 글을 남기고 갔는데, 그것을 읽고 나니 도저히 이 책을 다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글에서 세 줄은 이렇다.

비가 오나 봅니다.
나무를 심은 이들이 있다면
내일은 조금 더 행복해지겠네요.

천천히 읽어나아갔다. 워낙 분량이 적은 책이라 서두르지 않았다. 더구나, 요즈음 불면증에 걸렸다. 시간은 많았다.

이 책을 읽으니, 나의 때이른 절망을 감싸 안아주는 것 같았다. 이 소설은 단순히 나무 심는 얘기가 아니었다. 또, 환경 운동이나 자연 사랑이니 해서 의미를 축소시킬 작품이 아니었다.

이 소설은 인간의 존엄성, 다시 말해 신이 하는 일과 인간이 해야 할 일의 차이를 보여준다. 또 우리 사람에게 희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한다.

진정 인간적인 것은 무엇인가. 도대체 인간적인 게 뭔데. 알제아르 부피에의 나무 심기는 실패할 위험이 종종 있었다. 소설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그가 실패했다 해도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신에게는 인간다움이 없다. 

오직 인간만이 인간다운 일을 해낸다. 그건 삶이 지속되는 한 최선을 다해 산다는 것이다. 자신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존재만 할 수 있는 일, 그것이 바로 인간적인 일이다.

이 소설의 작가 장 지오노는 가난 때문에 16살 때부터 은행에 취직해서 생계를 유지했고, 18년간 은행원으로 일했다. 34살이 되서야 문단의 주목, 특히 앙드레 지드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전업작가가 되어 1970년 75세까지 작품을 썼다. 어딘지 모르게, 이 짧은 소설의 주인공을 닮았다.

2002. 4. 6.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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