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번쩍 의리통신 2
아사다 지로 지음
김미란 옮김/북하우스
영화 [바람의 검 신선조]에서처럼,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철저히 밝혔다. 아사다 지로의 스타일인 모양이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2권까지 분량이 늘어나고 이야기가 늘어난 건 그래서다.
필력이 넘친다. 이야기를 다 쓰고 나서도 힘이 남는 사람이다. 아직도 할 말이 남았다는 듯 여유가 넘친다. 이 소설에서 죽을 때까지 종이를 찾는 그 기자처럼 글쓰기 중독자다.
초기 작품이다 보니 아직 영글지 못했다. 자료 조사를 철저히 한 것은 좋았으나, 그걸 꼭 써먹어야겠다는 욕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의 입에서 그 자료를 내보내는 건 지나쳤다. 야쿠자 입에서 의학 교과서 내용이 술술 정확히 나오다니. 아무리 경험 많은 간호사라도 그렇까지 자세히 알고 있진 않다.
주로 대화로 이야기를 이끈다. 자세한 묘사나 지루한 서사가 없어서 읽기는 수월하다.
"당신, 세상을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 같은 거 처음부터 없었죠?" 소설 끝에 나오는 말이다. 작가 자신의 소설관이다. 세상의 부조리를 실컷 비웃고 나서 뭐 세상을 바꾸려고 이렇게 말한 건 아니라는 투다. 그럼 뭔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 같은 걸 소중하게 여기고 싶었던 거다.
가난하고 성실한 사람에 대한 연민, 있는 자들의 폭력에 대한 저항. 이 일본 소설가는 권선징악의 틀을 그렇게 조금 비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