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의사 이라부와 매력 간호사 마유미 커플의 요절 복통 명랑 발랄 환자 치료 이야기 넷.
단지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현대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하지만 상처 받는 사람은 없다. 피식 웃고 넘어간다. 이 소설의 풍자는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내지 않는다. 물 칼이다.
처음에는 인물 소설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사회 풍자 소설이었다. 주인공은 의사와 간호사가 아니라 환자들이다. 아니, 궁극적으로 사회 병리 현상이다. 이라부 의학 박사의 전공이 신경정신과인 점을 고려해 보라.
1. 구단주
환자: 출세의 가도를 달려 최고의 위치에 오른 현역 노인
증세: 은퇴와 죽음에 대한 공포
병명: 자율신경실조증
치료: 이라부 가라사대, "아예 생전 장례식을 해버리면 안 되나?"(52쪽)
풍자: 대중 매체의 졸렬함
2. 안퐁맨
환자: 인터넷 사업으로 벼락 부자가 된 젊은이
증세: 한문과 히라가나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
병명: 청년성 알츠하이머
치료: 마유미 가로되, "혼자만 이기면 놀아주는 사람이 있겠어?"(124쪽)
풍자: 인터넷 세대의 지나친 컴퓨터 집착과 의존
3. 카리스마 직업
환자: 나이보다 무척 젊어 보이는 배우
증세: 다이어트에 목숨 건다.
병명: 늙지 않으려는 강박관념
치료: 이라부 말씀하시길, "살쪄본 적 없지? 한번 경험해보면 하나도 안 무서워."(162쪽)
풍자: 외모지상주의, 연예 산업의 실상.
4. 면장 선거
환자: 정의롭게 착하게 살려는, 출세 의욕은 없는 일선 공무원
증세: 위통, 설사.
병명: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치료: 이라부 충고하시길 "흐르는 대로 살아."(231쪽)
풍자: 정치와 선거
세상이 그리 쉬울까. 포도당 주사 한 방으로 그렇게 고민을 끝낼 수 있을까.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을까. 만화 같은 소설 읽으면서 세상 부조리에 화내기보단 웃는 게 낫지. 웃자. 어떻게든 잘 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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