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장편소설 보물섬은 해양 해적 모험소설의 고전이다. 이 소설의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절대적이다. 피터팬, 원피스,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세일즈.

지금이야 낡아빠진 소설이라고 하겠지만, 발표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다. 진부한 교훈이 아니라 순전히 재미를 추구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에 들뜬 인간들의 사실적인 모험담을 그려냈다.

전투 장면은 일어난 그대로 그릴 뿐, 여기에 지나친 감상이나 쓸데없는 꾸밈을 넣지 않았다. 그야말로 죽고 죽이는 모습을 사실 그대로 그려낸다. 총싸움에 칼부림에 배신에 음모까지.

보물섬 이야기를 정작 완역 소설로 온전하게 접한 사람은 드물다. 대개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랬는데, 어릴 적에 아동용으로 편집요약된 책으로 읽었거나 텔레비전에 나온 데자키 오사무의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보물섬을 기억한다.

읽고서 놀랐거나 의외였던 점은 이렇다.

첫째, 캐릭터 1인칭 시점을 쓰고 있다. 시각이 제한적이나 생생한 체험을 잘 전달해준다. 작가의 필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소년 짐 호킨스의 서술이다. 짐 호킨스가 같은 편과 떨어져 목격할 수 없었던 일들은 의사 리브지가 이야기해 준다.

둘째, 분량이 길지 않다. 출판 당시 1883년에는 책 가격을 더 받기 위해서 쓸데없이 분량을 늘리는 경향이 있었단다. 스티븐슨은 당시 소설 분량의 삼 분 일로 써낸다.

셋째, 영국 지배 이데올로기를 준수하고 있다. 영국 깃발을 보고 해적들이 포를 쏴대는데 자존심 때문에 국기를 안 내린다. 제정신이야?

넷째, 유령선 이야기는 안 나온다. 이 얘기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추가한 것이다. 원작소설에는 유령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섯째, 작가가 쓴 책 광고문 '이 책의 구입을 망설이는 분에게'가 헌사 다음에 나온다. 이 책 출판 당시에 작가는 소설 써서 생계 유지를 못하고 있었다고.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자책으로 읽었다. 최용준 번역인데, 원문과 대조해 보지 않았지만 말투를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옮겼다. 삽화는 머빈 피크의 것인데,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앨리스 삽화는 괜찮았는데...

Posted by lovegoo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