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
쥘 르나르 지음
펠릭스 발로통 그림
심지원 옮김
비룡소

쥘 르나르의 <홍당무>에 있는 감정은 어머니와 세상에 대한 적개심이다. 작가의 창작 동기는 그의 1906년 일기에 잘 나타나 있다. "내가 <홍당무>를 쓴 동기는 아내에 대한 어머니의 심술궂은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이 작품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잘 나타나 있다. 형과 누나로부터 따돌림당하고, 어머니로부터 온갖 구박을 당하고, 아버지로부터 이해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가족을 사랑하려 한다.

작가는 작품에서 자신을 '홍당무'라고 부르고, 아버지를 '르삑 씨', 어머니를 '르삑 부인', 형을 '훼릭스', 누나를 '에르네스띤느'라고 부른다. 소설은 이렇게 1인칭 세계를 3인칭 세계로 바꾼다. 설령 소설에서 '나'라고 1인칭 소설을 써도 그것은 결국 3인칭의 세계다. 왜냐하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에서 소설은 시작되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나'라고 써도 결국 객관적으로 나를 보려는 시도이기에 결국 3인칭의 세계다.

르나르는 자신을 '홍당무'라고 부르는 주변 사람들의 비웃음을 써 나아가면서도 그 비웃음을 끌어안고 환하게 웃는다. 가족과 세상에 대한 적개심을 웃음으로 포옹하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

<홍당무>는 짤막한 단편들이 계속 이어진다. 간결한 문체에 시적인 느낌과 웃음이 흐른다. 거기에 자연을 바라보는 비범한 작가의 눈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쥘 르나르는 19세기말에 활동했다. 그런데, 이 <홍당무>라는 작품에는 그 사회적 배경이 그리 많이 나와 있지 않다. 전쟁 얘기가 아주 잠깐 나오는 정도인데, 있으나 없으나 작품에 큰 영향력이 없다. 공간적 배경인 시골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도, 어느 시골 마을이나 다 통한다.

쥘 르나르는 이 소설을 희곡으로 각색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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