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으로 걷는다
오카 슈조 지음
다치바나 나오노스케 그림
고향옥 옮김
웅진주니어
제목 때문에 손이 갔다. 입으로 걷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답은 조금 읽으니까 나왔다.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타인에게 자신이 탄 침대차를 밀어달라고 입으로 말한다. 그래서 걷는다. 말로 도움을 청해서 여러 사람의 힘으로 이동하는 거다. 주인공은 단지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도움을 배풀거나 거절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준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산다.
장애인을 다룬 이야기가 철저히 현실적으로 그려질 때, 장애인이 아닌 나로서는 종종 당혹스럽다. 이 이야기는 그래도 담담한 편이다. 현실은 이 이야기보다 냉혹하겠지. 일본이라면 이 이야기가 현실에 가깝겠지만, 한국이라면 상상에 가깝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읽고 집으로 가는 길에 장애인용 전동차를 탄 아저씨가 자기 딸로 보이는 아이를 안고 가다가 손에 집고 있던 광고지를 놓치자, 지나가던 아줌마가 주워 주는 걸 봤다. 그걸 보니까, 상상과 현실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마음을 열고 보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이라고 뭐 별난 사람은 아니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 도움을 받으면 고마운 거다. 그게 꼭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에서 형성되는 게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면 누구나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다.
아무도 혼자 살 수 없다. 누군가 머리를 잘라 주고, 누군가는 빵을 만들어 주며, 누군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짓고, 누군가는 우리를 위해 청소한다. 혼자서 살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며,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것은 오만이다. 더불어 사는 게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