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몽상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하늘연못
어릴 적에 충격적이었던 포의 단편소설은 나이들어 읽어보니, 싱거웠다.
먼지만 쌓여가던 이 두꺼운 책을 다시 꺼냈다.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는 맛사지다]를 읽다가 포의 단편소설 한 편을 소개한 것을 읽고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책에는 포의 단편 [소용돌이를 향한 하강]을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 상황의 합리적인 분리로 얻은 위안 속에서 에드가 앨런 포우의 [소용돌이를 향한 하강]에 나오는 선원은 소용돌이의 움직임을 이해함으로써 공포를 극복했다. 그의 통찰은 우리가 처한 곤경, 우리의 전자체계에 의해 형성된 소용돌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전략을 제공해 준다."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를 읽었다. 앞서 말한, 그 [소용돌이를 향한 하강]이다.
소용돌이에 휘말려 거의 죽을 뻔했던 선원이 어떻게 빠져나왔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 선원은 실제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였다. 그 소용돌이의 공포에 질려서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했고 힘이 빠졌다. 노인은 침착한 어조로 모르쾨 소용돌이에서 자신이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이야기한다.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린 노인은, 처음엔 무서워 덜덜 떤다.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오히려 편안해진다. 더는 아무런 희망을 갖지 않게 되자, 공포심이 사라진다. 이 시점 이후, 놀라운 일이 생긴다. 그는 소용돌이(위험)에 대한 호기심에 사로잡힌다. 그 소용돌이(위험)을 차근차근 세밀하게 관찰한다. 문득 소용돌이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다. 탈출에 성공한다.
흔히들, 위기는 기회라고 말한다. 정작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어떤 위협이나 공포가 다가올 때, 우리는 겁부터 낸다. 그러지 말고 그 위협과 공포를 차분하게 살펴보면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 그 과정에 절망이 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오직 호기심만으로 그 위험을 살펴 볼 수 있는 욕망의 밑바탕은 절망감이다. 더는 바라는 것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우리는 그 위기를 차분하게 바라 볼 수 있다. 위험이 다가오면 우선 침착할 것, 그리고 세밀하게 성찰하라. 인간의 심리는 위험을 극복한다. 두려움, 공포, 절망, 평온, 호기심, 관찰/성찰, 위기 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