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
셸 실버스타인 지음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작가는 대개들 작품에 뭔가를 꾸미고 뭔가 교훈적이고 뭔가를 전하려고 애쓴다. 그게 좋을 때도 있지만, 때때로 싫을 때가 있다. 인생에 마치 정답이 있다는 투로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이 말이 옳다. 저 말이 틀리다. 이런 소리가 책에서 들리면 책을 덮는다.
셸 실버스타인의 글과 그림은 존재를 들이민다. 처음엔 당혹스럽지만, 차츰 익숙해지면 친근하게 다가온다. 애써 꾸미지 않은 글과 그림이 주는 감동은 다른 작가한테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렵다. 실버스타인 외에는 그런 책을 만나 본 적이 없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가고 오래도록 생각해 보니, 과연 이 사람만큼 담백하게 그리고 쓸 수 있는 사람은 저 깊은 산 속에서 도를 닦는 도사님 아니고서야 어렵겠다.
당신에게 코뿔소가 생겼다. 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쉬운 글과 간단한 그림을 따라가 보자. 옷걸이가 되는 코뿔소. 등 긁어 주는 코뿔소. 램프가 되기도 하는 코뿔소. 이 거대한 몸집의 녀석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누구를 사랑할 때 너무 따지고 드는 거 아닐까. 그 어떤 존재도 사랑받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선입견을 없애면 사랑하기 쉽지 않을까.
이 책은 즐거운 그림책이 될 수도, 심각한 철학책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