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와 나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세종서적


미국 드라마 '사만다 후?' 시즌 1의 13화에 이 책이 '말리와 나'가 나온다. 거대한 개 두 마리를 키우는 디나가 주인공 사만다한테 말하길, "서점에 들어가서 '말리와 나'라는 책을 사는 사람을 찾아." 사만다는 괜찮은 데이트 상대를 고르는 중이었다.

적당한 감상과 활발한 웃음을 담은 책이다. 자신이 키운 개에 대해서 단행본 분량으로 써 보라고 했을 때, 과연 누가 그렇게 쓸 수 있을까? 일단, 개를 무척 사랑해야겠지. 그리고 자세히 많이 충분히 쓸 정도로 입담이 있어야 하리라. 존 그로건은 두 가지 모두 확실히 있는 남자다.

나는 애완동물을 안 키운다. 어려서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워낙 싫어하셔서 못했다. 아버지는 개 띠다. 개고기를 즐겨 드신다. 아버지는 식물을 키우신다. 하지만, 나는 식물도 안 키운다. 선인장 한 그루를 죽인 이후로 그러기로 결심했다. 글쓴이의 아내는 식물에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죽였다. 나는 선인장한테 물을 너무 안 줘서 죽였다. 애정은 지나쳐도 모자라도 문제다.

그로건은 말리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사서 키운다. 말리가 죽자, 말리와 비슷한 녀석을 다시 키운다. 이 책의 시작과 끝이다. 개 한 마리 키운 이야기가 뭐 대단하랴 싶으리라. 거기에 웃음과 눈물로 범벅된 추억으로 아로새겨졌다면? 이건 정말이지 얘기가 다르다.

대단한 책은 아니나 분명 좋은 책이다. 마음씨 좋고 입담도 좋고 털털하게 사는 남자가 개 한 마리와 지냈던 자신의 지난 삶을 얘기했다. 흔한 일상이 저자의 눈길과 손길을 거쳐 멋진 이야기로 나왔다. 개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재미있다. 개를 좋아하다면 더욱 재미있다.
이 책 분량이 너무 많다. 거의 400쪽이나 된다. 그래서 아래처럼 줄여 쓴 판본이 있다.

안돼, 말리!
존 그로건 지음, 임미경 옮김, 리처드 코드리 그림/주니어랜덤
어린이용 그림책이다. 총 34쪽 분량이다.

말리와 나
존 그로건 지음, 황소연 옮김, 김서진 그림/청림아이
청소년용이다. 240쪽 분량이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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