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거닐다
전소연 지음
북노마드


전소연은 피사체에 내려앉은 빛의 감촉을 잡아내는 데 귀신 같은 솜씨를 보인다. 놀랐다. 빛을 잘 찍는 사람을 몇몇 봤긴 했으나, 그 대상이 이런 일상 생활인 경우는 드물었다. 사진으로 빛을 이토록 환상적으로 세밀하게 표현하다니.

혹시 인쇄 과정에서 부린 속임수가 아닐까 싶었는데, 너무 잘 찍혀서 의심스러웠으니까, 작가의 홈페이지 www.teeyang.com 에서 다른 사진을 보니, 아니다. 작가의 개성이 정확히 죄다 똑같이 찍혀 있다.

이런 재능은 노력해서 따라잡을 게 못 된다. 구도라면 모를까, 빛의 느낌은 모방해서 얻어낼 수는 표현력이 아니다. 혹시 사진기를 좋은 거 쓰면 되지 않을까? 전소연 씨 사진기 뭐 쓰세요? 아서라. 알면서 묻냐. 기계가 아무리 좋아도 한계가 있는 법. 

잔잔한 빛이 일상을 이토록 아름답게 보여주다니. 운율이 멋진 시처럼 빛이 샤르르 퍼지는 사진은 매혹적이다.

구도는 대체로 평이하나 그렇게 해서 피사체를 무척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피사체를 보드랍게 매만진다.

글은 솔직하나 탁월하진 않다. 일상의 소소한 감상 수준에서 머문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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