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새빌 경의 범죄
오스카 와일드 | 정영목 | 민음사 | 2022

표지는 손금을 표현했다.


웃음과 쓴웃음을 동시에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소설 세 편을 수록한 책이다.

이야기는 풍자지만 현실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어서 소름이 돋았다. 웃음과 쓴웃음을 동시에 짓게 하는 마법사 오스카 와일드답다. 최고야! 엄지척 들어 줘야 한다.

이 쏜살문고는 우리말 번역으로는 알기 어려운, 영어의 말장난을 주석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1. 아서 새빌 경의 범죄

표지에 보이듯 손금 얘기다. 제목만 보고 추리소설을 기대한 나에 대한 실망감은 오스카 와일드의 재치있는 문장에 녹아 사라졌다. 점쟁이 이야기는 별로지만.

예상치 못한 결말에 재미와 황당함을 동시에 느꼈다. 역시 이것이 오스카 와일드 스타일이다.


2. 캔터빌의 유령

귀신 들린 집. 공포소설을 기대하지 마라. 코미디를 즐겨라. 

귀신 화나게 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유령판 '나 홀로 집에'다. 개구장이 쌍둥이의 활약.

유령 노릇하기 힘들다. 웬만한 배우보다 준비를 더 많이 더 철저히 해도 될까 말까다.

우울증에 걸린 유령. 그를 구원하는 소녀. 예상치 못했던, 따스한 결말.

전형적인 유령 이야기면서도 감동적이고 철학적이며 세련된 마무리가 놀라웠다.

"네가 내 죄 때문에 나와 함께 울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에게는 눈물이 없으니까. 또 네가 내 영혼을 위해서 나와 함께 기도해 줘야 한다는 뜻이다. 나에게는 믿음이 없으니까." 102쪽.

'행복한 왕자'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하라, 진정한 예술가 오스카 와일드에게.


3. 모범적인 백만장자

아주 짦은 소설이다. 

현실에서도 종종 비슷한 이야기를 듣곤 했다. 폐지 줍는 부자 할머니 얘기는 이제 식상할 지경이 되었지만. 

정말 부자는 검소하다 못해 가난하게 산다, 겉으로는. 명품 걸친 사람이 엄청 부자인 경우는 드물지, 속으로는.

첫 문장부터 어찌다 감탄했던지 무릎을 탁 치게 한다. "부자가 아니라면 매력적이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119쪽.

예술, 예술가에 대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입장 혹은 견해.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가 아는 세상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는 세상을 구현하는 것이지." 124쪽.


2025.11.10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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