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버리기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21세기북스(북이십일) 펴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우리로서는 이 책 '생각 버리기 연습'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경제 논리에 너무 익숙해서 그 반대로 행동하면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욕망을 극대화하려는 경제 논리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얻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긴다. 마트 가서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는 행위는 이 원리를 따른다. 원 플러스 원 상품(같은 가격에 덤으로 하나 더 주는 기획 상품)은 계산기 두드릴 것도 없이 무조건 이익이다. 그러니 남들이 다 집어가기 전에 어서 장바구니 카트에 담아야 한다.

반면 욕망을 최소화하려는 불교는 무척 소극적으로 보인다. 당신이 마트에 갔을 때 원 플러스 원 상품이 보여도 마치 안 보이는 것처럼 그 물건을 집지 않고 지나가야 한다. 뭐야? 미쳤나? 저 사람 마트에 왜 온 거야.

행복하기 위해, 우리 일상과 불교 참선이 추구하는 방향이 어떻게 다른지 쉽게 이해하기 위해 공식 하나를 보여드리면 다음과 같다.

만족 / 욕망 = 행복

행복이 커지려면 만족을 크게 하던지 욕망을 줄여야 한다. 숫자로 확인해 보라. 분자의 수를 높이든지 분모의 숫자를 낮춰야 반대편 숫자가 커진다.

일상생활은 만족을 키우기 위해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좌선 수행은 욕망을 줄이고자 침묵하고 생각지 않고 행하지 않는다.

'생각 버리기'를 왜 해야 하는가? "우리 마음은 새로운 자극을 얻기 위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몰고 가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사고병(思考病), 즉 '생각병'이다."(23쪽) 탐욕, 분노, 어리석음을 치닫는 번뇌에서 벗어나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자. 스님 코이케 류노스케가 독자에게 하고픈 말이다.

번뇌 탈출 방법으로 불교는 여덟 가지 바른 길, 곧 '팔정도(八正道)'를 제시한다. 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며, 바르게 행동하여, 바르게 생명을 유지한다. 정정진, 정정 : 마음을 정화시키고 집중한다. 정념, 정견 : 마음을 닦고 깨닫는다.

저자는 팔정도를 한 문장으로 쉽게 풀이한다. "쓸데없는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적절하고 필요한 일만을 생각하는 것, 쓸데없는 사고와 헛된 사고를 버리는 것, 더 나아가 번뇌를 극복하는 것은 불교의 시작이자 목표이기도 하다."(27쪽)

쓸데없는 생각을 깨닫는다. 이를 '염력(念力)'이라 한다. 그 후 생각을 좋은 쪽으로 바꾼다. 이를 '정력(定力)'이라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로 표현하면 '집중력'이다. 집중력을 키우려면 마음을 바르게 하는 법을 알아야 하고 이를 연습해서 익혀야 한다.

이 책에서는 제시하는 방법은 감각을 능동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눈, 코, 혀, 귀, 피부로 느끼는 오감과 뜻으로 느끼는 것을 묶어 불교에서는 '육문(六門)'이라 한다. 아마도 외부의 자극이 들어오는 문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정신 집중, 곧 불교의 참선은 감각을 수동에서 능동으로 바꾼다. 불교 수행은 능동적인 행위다. 겉으로 보기에만 수동적이다.

앞서 말했던 마트에서 장보기를 떠올려 보라. 당신은 '원 플러스 원'이 보이면 사려고 들었다. 이는 수동적인 상태다. 이를 능동적인 감각 상태로 바꾸면? "내가 원 플러스 원 상품을 보고 있구나! 싸지만 저렇게 많이 사면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게 되겠지. 낭비하는 거야. 이 상품 말고 비싸더라도 조금 사서 다 먹을 있는 상품을 사자."

지은이는 본문에 해당하는 제2장에서 우리가 생활하면서 실천할 수 있는 마음 수행법을 제시한다. 사과할 때는 개선책을 말하라는, 사회생활 예절 교실에 나올 법한 얘기가 있는가 하면 마음에도 없는 감사의 말을 남발하지 말라는, 위선적인 자기계발서에 속지 말라는 얘기도 있다. "감사하다고 느끼지도 않으면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때문에 마음을 비뚤어지게 만든다."(67쪽) 고개가 끄덕이는 부분이었다.

가장 뜨끔했던 내용은 블로그 얘기였다. "다른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블로그를 시작했기 때문에 막상 자신이 올린 일기에 댓글이 붙지 않거나, 블로그에 대한 칭찬을 듣지 못하면 쓸쓸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121쪽) 윽, 찔렸다. 아프다.

나는 블로그에 사진 찍어 올리고 글 써서 공개하는 일을 나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즐긴다. 조회수나 댓글, 클릭 수익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 이렇게 긴 글을 쓰거나 사진을 날마다 꾸준히 찍어 블로그에 올리겠는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이 일에 대한 대가는 글과 사진, 그 자체다. 더는 있거나 말거나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다.

"언제나 좋은 콘텐츠를 갱신해 모두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압박감"(122~123쪽)은 있다. 많지는 않다. 그거라도 있어야 꾸준히 찍고 쓴다. 남한테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아야 자신감이 붙는다. 산속에서 홀로 도 닦는 사람이 아닌 이상 주변 사람들의 말에 어느 정도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 지나치지 않으면 될 듯 싶다.

코이케 류노스케가 독자에게 권하는 수행은 생각의 지나침을 줄이자는 얘기지, 해탈해서 부처가 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고 차분하게 일상에서 실천해 보라.

이메일 쓸 때 "답장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변명을 쓰지 말란다. 편지를 받은 상대 입장에서는 그동안 자신이 '버려진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의도는 미안함을 전하고 싶어서 쓴 말이지만, 결과는 상대가 불쾌할 수 있다.

소유와 버리기. 소유의 두 가지 조건: 1. "마음이 그것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다." 2. "그것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강한 저항."(156쪽) 버리기, 곧 불교의 보시는 "자신이 집착하고 있는 것을 가장 뜻있는 일을 위해 버리는 것이다."(165쪽)

"소유물을 줄이면 오히려 마음이 안정되고 마음이 안정되고 마음속을 들여다보기가 더 쉬워진다."(164쪽)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바르게 사는 게 진정 잘 사는 것이겠지. 공자님 말씀에 '불천노 불이과'가 있다. 화를 남에게 옮기지 않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

사서삼경 줄줄이 외며 근처 향교에 다녀야만 인(仁)을 실현하는가. 주일마다 교회 나가 헌금하고 철야 새벽 기도 꼬박꼬박 잘해야 사랑을 실천하는가. 출가하여 절에 들어가 머리 깎고 목탁 쳐야 참선을 수행하는가. 실천하는 유교도라면 어디서든 예로서 사람다움을 행하고, 진정한 크리스천이라면 자신이 가는 곳마다 교회요 예수가 계신 곳이며, 훌륭한 불자라면 그 어디서든 부처를 만나고 자비를 베풀 수 있으리라. 할렐루야, 나무아비타불, 인샬라. 이슬람교도라도 이 책을 외면할 이유는 없다. 기독교 신자라도 읽어 보기 바란다.

'생각 버리기 연습'은 불교의 일상 수행법을 알기 쉽게 풀이한 '아주 좋은' 책이다. 마음을 깨끗이 하는 데 종교적 입장은 방해가 되지 않으리라.

이 책 끝에는 일본 뇌과학자 이케가야 유우지와의 대담이 실렸다. 종교와 과학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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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2011.01.03 16:32

저도 얼마전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머릿속의 내용을 정리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읽고 느낀점은 저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려고 리뷰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책의 내용을 잘 정리해 두시고 소감도 적혀있어서 저는 배운점을 공유하려 합니다.
전 이 책을 보고 외부의 자극에 대해서 생각 하고 스스로 번뇌를 만들고 구속되는것 보다 자신의 평온한 상태에서 오감으로 느껴서 어지러운 생각을 다스려 번뇌를 극복하고 자유로워 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님의 말씀대로 이 책은 종교를 떠나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읽어도 나쁘지 않을 책인것 같습니다.

빅보이7 2011.01.03 17:10

번뇌를 벗어나긴 쉽지 않죠. 그래서 연습이 필요한 것이겠죠. 마음 수행이 어디 하루 아침에 되겠습니까.

저는 이 책을 읽고서야 불교 용어를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희안한 경험이었죠.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1.10 04:26

서점에서 보고 바로 사서 읽은 책입니다.님요약을 보고 내가 공감했던 부분과 틀려서 재밌었습니다. 여러번 읽어서 다 기억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느끼는 부분이 다 다르네요. 전 자기목소리 듣기부터 실천해봤어요. 색다른경험이더라구요. 다음번읽을때는 다른 구절이 마음에 들어오겠죠.

빅보이7 2011.01.10 09:04

종종 내가 책에서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보는데, 볼 때마다 해석과 느낌이 다를 때가 있는 문장이 있고 여전히 처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전자는 내가 변한 부문일 테고 후자는 내가 변하지 않는 부분이겠지. 두 가지 모두 나의 모습을 비추기에 소중하다.

조아하자 2015.10.28 22:19
블로그 얘기는 저도 공감... ㅋㅋㅋ 예전에 읽어봤던 책인데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나네요 ^^;

빅보이7 2015.10.29 06:19
SNS도 비슷한 것 같아요. 남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지만 너무 남의 시선과 평가와 관심에 지나치게 몰두하다보면 자신의 가짜 모습만 남발할 뿐이죠.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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