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되어 내려온 부처님 말씀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
집착을 버린 자의 시

지난 이십대 시절, 나는 내내 병에 시달렸다. 신경성이라는 딱지가 붙은 병들. 딱히 약으로 치료할 수 없었다. 아무리 이것저것 검사를 해 봐도 몸에 전혀 이상이 없었다.

신경성이 붙은 병으로 시달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책 읽기였다. 모든 힘을 독서에 집중시켰다. 탈출구를 향해 내달리는 탈옥수처럼, 그렇게 읽었다. 내 인생 최고조의 독서 경지는 대학을 졸업한 그해 겨울로 기억한다. [에티카]를 읽다가 무아지경에 빠졌다. 오래 지속되진 않았다.

곧바로, 참혹한 현실이 쳐들어왔다. 나는 백수였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을 깨달았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었다.

다들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노력할 때, 나는 문학과 철학에 빠져 있었다. 현실적인 문제를 모두 뒤로 미루었다. 시간이 흐른 후, 현실적인 문제를 다시 내 앞에 꺼내어 보니, 비참했다.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직시했다.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가까운 일부터 하기로 했다.

집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술에 취한 아저씨가 내 옆에서 주절거린다. 물론, 나한테 한 말은 아니다. 앞에 술취한 동료한테 하는 소리다. "이봐, 현실을 직시하라고." "아, 담배 한 개피만 피고 가자고. 기다려." 삶은 고작해야 담배 한 개피 피울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삶은 그다지 길지 않다. 어차피 타 버려 연기로 사라질 삶. 시간은 기다리지 않는다. 그저 흘러간다.

삶의 불안과 불만은 어디서 오는가. 지나친 욕심과 집착에서 온다. 그 옛날, 부처는 그렇게 말했다. 도서관에서 [법구경]과 [숫타니파타]를 집어 들었다.

[법구경]은 도덕 교과서 같았다. 반면, [숫타니파타]는 대화체다. 대화체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숫타니파타]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문자로 기록한 것이다. 대락 기원 전 3세기 경에 기록되었다. '숫타니파타'는 뭔가 그럴 듯한 뜻이 아니다. 말씀, 말 모음, 이렇게 간단한 뜻이다.

집착을 버린 자의 노래는 자유롭다. "큰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물에 젖지 않는 연꽃과 같이,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그는 자유롭다. 그의 말에는 욕심이 없다. 그의 말은 진실에 충실하다.

헛된 욕망을 버리는 순간, 평온이 조용히 찾아온다.

2003.1.8.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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