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풀
오쿠다 히데오
은행나무
2010.12.03.

괴짜 의사 이라부 시리즈 중에 한 권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인기가 높아서 도서관에서 빌리기가 어렵다. 빌린 책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손을 거쳤기에 손때가 잔뜩 묻었다. 이 일본 작가는 중국과 미국에서도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인터넷 검색해 보니, 이 책은 중국어판과 영어판이 나왔다. 독자들의 서평이 꽤 붙었다. 반응이 좋다. 자본주의 심화로 여러 나라들이 비슷비슷한 사회 병리 현상을 겪기 때문이리라.

이라부 시리즈는 괜찮은 소설이다. 대단하고 그럴싸한 소설은 아니지만. 머리 아플 때 두통약 먹듯, 세상만사 지겹고 어렵고 귀찮고 짜증날 때 신경과 의사 이라부 시리즈를 읽는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라부 의사 시리즈를 통해 현대인의 강박관념과 사회 병리 현상을 콕 찍는다. 그래 이거야 이거. 약효 좋은 주사처럼 아픈 곳을 쿡 찍어 치료해 준다. 약발이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사람의 심리적 갈등은 그렇게 쉽게 해결되진 않지.

이 사회 병리 코믹 소설(내가 한번 붙어 본 이름이다.)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풍만 가슴 간호사 마유미가 펼치는 환자 치료담이다. 무조건 주사 한 방 맞고 시작한다. 예외는 없다. 각 환자의 이야기를 묶은 소설집이다. 장편소설로 오해 말 것.

다음은 각 환자의 진료 카드다.

1. 도우미
환자: 야스가와 히로미, 도우미
병명: 피해망상
병세: 자기 외모를 과대 평가하여 스토커들이 따라 다닌다고 착각함.
이라부 말하길, "그런 병은 부정한다고 낫는 게 아냐. 긍정하는 데서 치료를 시작하는 거야." 67쪽

2. 아, 너무 섰다!
환자: 다구치 데츠야, 회사원
병명: 지속발기증
병세: 거기가 계속 서 있음.
이라부 말씀하시길, "인간의 몸이란 우주보다 신비로운 거라서 말이야,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해." 81쪽

3. 인 더 풀
환자: 오모리 카즈오, 회사원
병명: 스트레스성 컨디션 불량
병세: 설사, 식은땀, 호흡곤란
이라부 가로되, "스트레스란 것은 인생에 늘 따라다니는 것인데, 원래부터 그렇게 있는 놈을 없애려 하다는 건 쓸데없는 수고라는 거지. 그보다는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게 좋아." 134쪽

4. 프렌즈
환자: 츠다 유타, 학생
병명: 휴대폰 중독
병세: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 않거나 받지 않으면 불안함.
마유미 가라사대, "떼거지로 노는 거, 나, 안 좋아하거든." 255쪽

5. 이러지도 저러지도
환자: 이와무라 요시오, 논픽션 작가.
병명: 확인행위의 습관
병세: 담뱃불이 확실히 꺼졌는지 계속 확인한다.
이라부 말씀하신다, "예를 들어, 버스에 올라타고, 다음 정류장에 어떤 사람이 내린다고 해. 아파트 단지 앞이라든지, 역 앞이라든지. 그럴 때, 자신은 벨을 누르지 않고 다른 사람이 눌러 주기를 기다리는 거야. 가만있으면 돼. 누군가 반드시 누를 테니까. 안 서고 그냥 가면 곤란하니까." 305쪽

이라부가 웃는다. 가볍게 유쾌하게 편안하게 살아, 세상살이 뭐 별거 없다니까. 그렇게 속삭인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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