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가와 시 시리즈 #6
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
はやく名探偵になりたい (201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식여행 2012년
ISBN 9788961092098


'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는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총 5편.

1. 후지에다 저택의 완전한 밀실
범죄자가 밀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치밀하고 진지하다. 이 단편의 재미 혹은 허무 또는 반전은 견고하게 쌓은 '밀실 미스터리'라는 성을 상식적인 추리로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후반부에 있다. 독자의 뒤통수를 예상치 못한 엉뚱한 방향에서 후려친다.

2. 시속 40킬로미터의 밀실
제목만 보고 뭔가 싶을 것이다. 달리는 트럭의 짐칸을 뜻한다. 결정적 힌트를 이야기 앞부분에 두고 있으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무리다 싶다. 가능하긴 한데,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이다. 운이 좋았다고 할밖에. 당한 입장에서는 운이 나빴던 것이고. 이 단편소설은 블랙 유머로도 웃긴다.

3. 일곱 개의 맥주 상자
우연히 들린 주점에서 맥주 상자가 사라졌다고 해서 이를 찾겠다고 나선 우리의 주인공, 우카이와 류헤이. 소녀 캐릭터로 결정적 한 방 우스개를 터뜨린다. 두 주먹을 꽉 쥐고 소리치는 펀치라인! "음주운전은 중대한 범죄예요!" 이것이 힌트일 줄이야. 빗살처럼 뻗은 네 개의 골목이 나왔을 때 눈치를 챈 독자라면 이번 추리게임의 승자다. 범죄자는 본인의 트릭에 징벌을 당한다.

맨끝에 '노시'라는 색종이 장식품이 나오는데, 책에 나오는 글 설명만으로는 알기 어려울 것 같아 사진을 올려본다.

오른쪽 종이접기 장식이 '노시'다. 퍼블릭 도메인,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39490


4. 참새 숲의 이상한 밤
상식으로 놀라움을 만든다. 당연하다고 여긴 것이 실은 정반대였다. 결정적 힌트는 법의학 상식이다. "시반의 출현은 사후 30분부터 세 시간, 각막의 혼탁은 개안 상태라면 사후 두 시간. 시체 경직은 사후 두세 시간이 지나면서 시작되어 약 열두 시간 후에 최고조에 이른다."(236쪽) 휠체어 미스터리.

절벽에서 만화영화 장면을 연출한다. 팻말로 한 번 더 웃긴다. "서두르지 마, 다시 생각해. 이 절벽은 자살하기엔 너무 낮아."(246쪽)

5. 보석 도둑과 엄마의 슬픔
특이하게도 화자가 사람이 아닌 동물이다. 오리와 다이아몬드라는 흔한 밀수 트릭을 동물 유머 이야기로 만들었다.

한 번 읽으면 피식 웃기고 추리가 정교하지 못한 듯이 보이지만, 두 번 읽으면 이 작가가 얼마나 치밀하게 이야기를 구성했는지 알 수 있다. 결정적 힌트를 유머 속에 끼어 넣어 독자가 주목하지 못하게 하고, 추리의 결말을 예상치 못한 우스개로 만들어 독자를 한 번 더 웃긴다. 이야기 속에서 웃기는 게 그냥 웃기는 게 아니라 당신의 추리를 방해한다! 밝고 가벼운 분위기에 허를 찌르는 추리다.

2015.04.17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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