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해드립니다
Hit Man (1998)
로런스 블록 지음
이수현 옮김
엘릭시르 펴냄
2015년 발행
ISBN 9788954637565


중년 살인 청부업자 켈러의 감상적인 일상

로런스 블록의 단단하고 뻔뻔하고 재미있는 문장에 일단 걸려 들면 계속 읽게 된다. 흔하고 딱히 놀라운 실력 같은 것도 없는 인물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깔끔한 맛 하드보일드다. 

주인공 이름이 켈러다.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킬러를 연상할 수 있다. 이 중년 남자는 상상과 생각과 감성이 풍부해서 탈이지, 일 처리는 성실하고 마무리는 확실하게 잘한다.

하나의 긴 이야기가 아닌 열 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그럼에도 순서대로 읽으면 나름 장편소설 느낌이다. 단편들이 시간순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에드거 최우수 단편상 수상작 '현장의 켈러'로 곧장 가서 읽지 마시라. 그 작품이 독특하긴 하다. 킬러가 사람을 구하고 살인이 일어나지 않고 끝나지만 감동적인(?) 살인을 기약한다.

각 단편 후반부에 반전이 있다. 술술 잘 읽히는 통에 별 다른 예상을 하지 못하다가 한 방 먹는다.

문장에 삶의 애수가 스며 있다. 삶의 쓸쓸함을 천천히 씹어 삼긴다. 찾아오는 슬픔 혹은 불행을 담담하게 흘려 보낸다.

주인공 마음이 여리고 착해서 목표물을 살려주기도 하고 사기를 당하기도 하지만 절대 호구는 아니라서 일 처리는 확실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마지막 단편소설 제목에 은퇴라고 나오지만 우표수집 취미를 위해서 계속 일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후 4권이 더 나왔다. 국내 번역은 안 되었다.

번역에 문제가 있다. 등장인물에 맞는 어투를 조절하지 못했다. 다 해요체다. 내가 상상한 말투로 바꿔 읽어야 했다.

2025.10.16

Posted by lovegoo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