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 6일 전
Headed For A Hearse (1935년)
조너선 래티머 지음
이수현 옮김
박광규 해설
엘릭시르 펴냄
2015년 발행
ISBN 9788954636209

하드보일드 배경에 영국식 추리소설 스타일

'환상의 여인'과 같은 스릴러 구조라고 해서 읽어 봤다.

'처형 6일 전 Headed For A Hearse'는 윌리엄 크레인 탐정 주인공 시리즈 중에 하나다. 이렇게 얘기해 봐야 아는 사람이 드물다. 총 5권인데 1권만 국내 번역되어 있다.

주인공이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썼다. 사형이 내려질 예정이다. 그 전에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진범을 잡아야 한다. 죽음의 시간을 다가온다. 주요 목격자들이 죽어나간다.

이야기의 전반적인 모양새는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과 같다. 작가가 다르니 당연하게도 문체와 분위기는 다르다. 그래도 이야기 설정이며 인물 배치가 비슷해서, 기시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참고로, 조너선 래티머의 '처형 6일 전'이 '환상의 여인'보다 먼저 출간했다.

웨스틀랜드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조사단을 꾸린다. 그의 애인, 동업자 둘, 사촌, 탐정 크레인, 탐정의 조수, 그리고 이들을 지휘하는 변호사.

겉모습은 미국 하드보일드이지만 속사정은 영국식 추리소설이다. 자로 재는 듯한 논리적 추리를 한다. 게다가 밀실 살인사건이다. 

셜록 홈스와 추리소설을 인용하면서 실제 수사에 적용해서 진행한다. 천재 탐정이 놀라운 추리력을 발휘하는 식이 아니라 평범한 인물이 노력 끝에 해내는 식이다. 심지어 탐정 크레인이 업계 1인자가 아님을 인정할 정도다. 성실하고 근면하다. 술과 농담과 여자를 많이 좋아해서 탈이지만.

"윌리엄 크레인 사전에 포기란 없다." 231쪽. "훌륭한 탐정들은 일주일쯤 밤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앉아 사건을 푸는데 자네는 기회만 있으면 자는군." 239쪽.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분위기는 유쾌하다. 수사에 집중하다가 갑자기 우스개가 나온다. 치킨 유머는 썰렁하게 웃긴다. 개그 삼인방. 변호사, 탐정, 탐정 조수.

38쪽. 웨블리 자동 권총의 삽화가 잘못 들어갔다. 해당 삽화는 웨블리 리볼버다. 리볼버는 총알을 구멍에 하나씩 넣는 실린더가 있고, 자동 권총은 탄창에 여러 총알을 넣어 발사하는 식이다. 출판사에 이메일로 제보했는데, 고칠지 모르겠다. 표지도 리볼버로 해 놓았다.

이 웨블리 권총은, 자동이든 리볼버든 뭐든, 살인 무기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면 이야기의 거의 끝에서야 범죄 수수께끼를 푸는 결정적 열쇠다.

푸아로 파이널처럼 용의자들(당연히 이 중에 살인범이 있다.) 모두 모여 놓고 탐정이 미스터리를 풀고 범인은 지명한다. 그동안 읽은 고생한 보람을 여기서 얻어야 한다. 

역시나 가장 의심이 안 되는 인물이 범인이었다. 결국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 스타일이었다. 하드보일드라고 하기에는 어색하다.

밀실 열쇠 트릭은 피터 러브시의 '밀랍 인형'과 비슷했다. 러브시가 이 작품에서 힌트를 얻어서 썼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가장 궁금하고 무척 신비로운 것이 실은 너무나도 단순한 속임수였다.

아무래도 반전과 트릭이 약하다. 아, 그런 거였어. 이 정도다. 우와 맙소사 놀랐잖아 놀라운걸. 이런 독자는 거의 없을 듯하다.

사형을 앞둔 사형수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어둡게 그리면서도 이야기 전반은 밝고 가벼운 농담 우스개로 채웠다. 어색했다.

2025.8.22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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