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가와 시 시리즈 #7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
私の嫌いな探偵 (2013)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식여행 2014년
ISBN 9788961092432


미스터리, 우연, 웃음의 3박자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은 단편소설집이다. 총 다섯 편이다. 지난 6편 '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와 달리, 아케미가 합류해서 삼총사다. 우카이, 류헤이, 아케미. 유머 삼총사! 아케미의 표현대로는 "우카이와 류헤이 탐정 콤비와 예쁜 언니."(264쪽)다. 4번 사건만 류헤이가 알바한다고 빠지고 아케미와 우카이가 조사한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추리소설은 미스터리, 우연, 웃음의 삼 박자로 유쾌한 재미를 만든다. 장편에서는 트릭을 많이 길게 만들고 단편은 짧고 간결하게 만든다. 단편에서 작가의 재능이 돋보인다.


1. 죽음에 이르는 전력 질주의 수수께끼

예전에 일본 드라마로 봤다. 수수께끼 풀이가 끝나고 범인이 자기 사연을 길게 얘기하려니까 탐정이 말을 끊게 하고 이야기도 끝난다. 어찌나 웃겼던지. 원작 소설에는 이 부분이 없다.

눈앞의 벽을 향해 전력 질주한 남자. 도대체 왜 어떻게 그런 일을? 이 타잔 만화영화 같은 일의 정체 무엇인가? 진실은 밀실 살인하려다가 실패한 것이었다.


2. 탐정이 찍은 사진

불륜 증거 채취 의뢰를 받아서 탐정은 신나게 해당 장면을 사진으로 연속해서 찍었다. 나중에 그 사진을 살펴보니, 우연히 뒤로 걸어가는 사람을 발견한다. 이 사람은 왜 이러는 것일까?

푸아로 파이널 시전한다. 용의자 셋 모아놓고 범인은 너야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끝낸다.


3. 이카가미 일족 살인사건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을 대놓고 패러디한 제목이다. 이누(개) 대신 이카(오징어)를 바꿨다.

오징어 신사 살인사건이다. 감쪽같이 사라진 시체. 어찌 된 일인가? 다시 나타난 시체는, 탐정한테 남자관계를 조사해 달라고 했던 여자다.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사체를 옮긴 걸까? 오징어 삼각형 부분은 머리가 아니라 지느러미다. 그래서들 헷갈려 한다.

범인을 다잉 메시지로 잡는다. 왜 하필 피해자가 오징어 동상을 키스하며 죽었는가. 이 수수께끼를 풀면 범인 이름이 나온다.

탐정이 아니라 오징어 인형 뒤집어쓴 이가 사건을 해결한다.


4. 죽은 사람은 한숨을 내뱉지 않는다

갑자기 소년 앞에 남자의 시체가 굴러떨어진다. 경찰은 사고로 본다며 아들의 죽음을 재조사해달라는 의뢰한다. 우카이 탐정은 사고인지 살인인지 조사에 들어간다. 목격자인 순경의 도움을 받는다. 입을 벌리고 대자로 누운 상태였단다. 소년은 탐정한테 엑토플라즘을 얘기한다. 남자 시체의 입에서 뭔가 나왔다고. 죽은 사람 한숨의 정체는 무엇일까?


5. 204호실은 불타고 있는가?

우카이 탐정은 셜록 홈즈 흉내를 내 봤으나 바로 의뢰인한테 지적을 당한다. 미남 불륜 조사를 의뢰받았다. 204호에서 불륜 장면을 목격한다. 그런데 갑자기 불이 난다.

화재를 진압하고 204호에 가 봤더니, 불륜남은 칼에 맞아 죽었다. 불륜녀는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빨간 드레스 차림의 여자를 찾아라. 아, 시리즈 1편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같은 반전이라니! 

놀랍고 우스꽝스러운, 사건의 진실.

20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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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가와 시 시리즈 #6
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
はやく名探偵になりたい (201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식여행 2012년
ISBN 9788961092098


'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는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총 5편.

1. 후지에다 저택의 완전한 밀실
범죄자가 밀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치밀하고 진지하다. 이 단편의 재미 혹은 허무 또는 반전은 견고하게 쌓은 '밀실 미스터리'라는 성을 상식적인 추리로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후반부에 있다. 독자의 뒤통수를 예상치 못한 엉뚱한 방향에서 후려친다.

2. 시속 40킬로미터의 밀실
제목만 보고 뭔가 싶을 것이다. 달리는 트럭의 짐칸을 뜻한다. 결정적 힌트를 이야기 앞부분에 두고 있으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무리다 싶다. 가능하긴 한데,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이다. 운이 좋았다고 할밖에. 당한 입장에서는 운이 나빴던 것이고. 이 단편소설은 블랙 유머로도 웃긴다.

3. 일곱 개의 맥주 상자
우연히 들린 주점에서 맥주 상자가 사라졌다고 해서 이를 찾겠다고 나선 우리의 주인공, 우카이와 류헤이. 소녀 캐릭터로 결정적 한 방 우스개를 터뜨린다. 두 주먹을 꽉 쥐고 소리치는 펀치라인! "음주운전은 중대한 범죄예요!" 이것이 힌트일 줄이야. 빗살처럼 뻗은 네 개의 골목이 나왔을 때 눈치를 챈 독자라면 이번 추리게임의 승자다. 범죄자는 본인의 트릭에 징벌을 당한다.

맨끝에 '노시'라는 색종이 장식품이 나오는데, 책에 나오는 글 설명만으로는 알기 어려울 것 같아 사진을 올려본다.

오른쪽 종이접기 장식이 '노시'다. 퍼블릭 도메인,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39490


4. 참새 숲의 이상한 밤
상식으로 놀라움을 만든다. 당연하다고 여긴 것이 실은 정반대였다. 결정적 힌트는 법의학 상식이다. "시반의 출현은 사후 30분부터 세 시간, 각막의 혼탁은 개안 상태라면 사후 두 시간. 시체 경직은 사후 두세 시간이 지나면서 시작되어 약 열두 시간 후에 최고조에 이른다."(236쪽) 휠체어 미스터리.

절벽에서 만화영화 장면을 연출한다. 팻말로 한 번 더 웃긴다. "서두르지 마, 다시 생각해. 이 절벽은 자살하기엔 너무 낮아."(246쪽)

5. 보석 도둑과 엄마의 슬픔
특이하게도 화자가 사람이 아닌 동물이다. 오리와 다이아몬드라는 흔한 밀수 트릭을 동물 유머 이야기로 만들었다.

한 번 읽으면 피식 웃기고 추리가 정교하지 못한 듯이 보이지만, 두 번 읽으면 이 작가가 얼마나 치밀하게 이야기를 구성했는지 알 수 있다. 결정적 힌트를 유머 속에 끼어 넣어 독자가 주목하지 못하게 하고, 추리의 결말을 예상치 못한 우스개로 만들어 독자를 한 번 더 웃긴다. 이야기 속에서 웃기는 게 그냥 웃기는 게 아니라 당신의 추리를 방해한다! 밝고 가벼운 분위기에 허를 찌르는 추리다.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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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가와 시 시리즈 #5
여기에 시체를 버리지 마세요
ここに死體を捨てないでください (2009)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식여행 2013년
ISBN 9788961092197


우연이 겹쳐 필연의 천벌이 내리다

다소 복잡하다. 갑자기 웬 여자가 남의 집에 들어와서 죽어버린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시체를 유기하기로 결정한다. 

마침내 일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일이 꼬인다. 하필 갑자기 죽어버린 그 여자가 숙박하려 예약한 곳에 시체를 유기한 커플이 머물게 된다. 그곳에 탐정과 형사에 몰려 온다. 그리고 숙박소 소유자가 사고인지 아닌지 모르나 죽고만다.

커플은 시체를 버린 곳에 다시 가 보니 시체가 사라졌다. 누가 왜 가져간 것일까? 

1년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겹치고, 사망한 이들의 차도 경차로 겹친다. 

갑자기 남의 집에 들어와 죽은 여자는, 누가 왜 어떻게 죽인 것일까? 커플은 탐정과 그 일행을 살인자로 오해한다. 탐정팀은 커플을 살인자로 오해한다.

일은 계속 꼬이고 엮인다. 거의 끝까지 헷갈리게 한다. 연못이 두 개였다가 실은 세 개였다는 식이다. 심지어 네 개였던 것으로 밝혀진다.

범인에 대한 힌트는 초반에 있는데, 주목할 독자가 있을까 싶다.

우연이 겹쳐서 천벌이 내려지는, 희안한 사건이 되었다. 추리소설의 절대진리이자 궁극적 결말이며 윤리적 결말인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을 실현한다. 커플의 사랑 완성은 보너스다.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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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가와 시 시리즈 #4 
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交換殺人には向かない夜 (2005)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식여행 2013년
ISBN 9788961092340

표지가 이야기를 제대로 묘사하지 않았다. 켈리백은 저 동상에 걸려 있지 않다.

세 팀과 서술 트릭


세 팀이 각각 돌아가면서 서술되는 식이다.

1팀 : 불륜 탐지를 위해 잠입한 탐정팀
2팀 : 친구 별장으로 간 청년팀
3팀 : 살인사건 수사하는 형사팀

각 팀별로 시체를 발견한다.

이 세 팀이 끝에서 합쳐지며 미스터리가 풀린다.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역시나 이 작품에서도 누가, 왜, 어떻게 중에서 '어떻게'에 치중한다. 

교환살인 트릭을 잘 설계하긴 했다. 하지만 무리한 측면이 있다. 두 사람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또 배우라는 이유만으로 '신의 연기'를 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건 해명하는 마지막에서야 이를 밝혀준다. 수수께끼를 끝에서 풀어줘야 하니까. 일본어 원서 표지에는 대놓고 한 사람인데 차림새가 다른 세 모습을 썼다. 표지에 스포를 하다니. 

또한 트릭을 완성하고 독자가 끝에서야 알 수 있도록 서술을 조작했다. 독자가 착각할 수밖에 없다. 절대로 사건의 진상을 알아낼 수 없다.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의 솜씨는 여전히 훌륭하다. 우연이 개입되어서 결정적 단서(땅을 파냈는데, 아무것도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가 생기고 이를 우스개로 처리한다. 이단옆차기 같은 솜씨라니. 이렇게까지 미스터리를 완성할 수 있단 말인가. 이카가와 시 시리즈 1권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부터 해냈으니. 칼에 맞아 출혈 과다로 죽는 것도 반복하고 비디오 테이프 트릭도 반복한 것은 좀 그랬지만.

형사팀은 켈리백을 찾아 헤맨다. 180쪽. 그레이스 켈리가 임신으로 부른 배를 가리기 위해 백을 들어서 그렇게 불린다. 정확한 명칭은 에르메스 켈리백이다. 켈리백이라고 불리기 이전에 이름이 있었다는데, 아무도 관심 안 줘서 아예 켈리백으로 개명했단다. 격식 있는 스타일이라서 정장과 어울린다. 이 백은 나중에 수수께끼 풀이할 때 증거품으로 제시된다.

전편에 나왔던 캐릭터를 다시 불러와 이카가와 시 시리즈를 이어갔다. '밀실을 향해 쏴라'에서 류헤이를 좋아했던 사쿠라가 등장한다. 사쿠라는 부끄러우면 주변에 있는 물건을 잡아서 휘둘러 상대방을 날려 버린다. 전편에서 벽돌책으로 류헤이를 후려쳤다.

에필로그에서 자잘한 의문점을 알뜰하게 해결해 주고 류헤이는 그토록 바라던 외제차를 받는 행운을 맞이한다.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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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가와 시 시리즈 #3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完全犯罪に貓は何匹必要か? (2003)
히가시가와 도쿠야
폴라북스 2011년

10년 전 살인사건 재현과 마네키네코의 비밀

장편소설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는 이카가와 시 시리즈 중에서 세 번째 작품이며 분량이 가장 많다.

고양이 좋아하는 분이라면 제목에 고양이 들어가니까 알아서들 읽을 것이다. 작품에서 마네키네코가 나오고 자세히 다룬다. 살인 현장에 사람 크기만 한 마네키네코가 등장한다. 삼색털 고양이들도 나온다.

트릭이 일반인은 알 수 없는 전문적이고 지엽적인 지식(스타다 궁전의 회랑)에 의존하고 있어서 정당한 게임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수수께끼는 저녁식사 후에'가 얼마나 탁월한 작품인지 다시 깨닫게 되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으로 비상한 수수께끼를 만들어내는 점에서 그렇다.

일본식 유머가 훌륭하게 구사되어 있다. 이는 호불호가 심하다. 어느 나라 유머든 그렇지 않은가.

10년 전 살인 사건이 재현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범행 동기가 설득적이지 못하다. 그럭저럭 넘어갈 수준이지만, 설명한 동기가 과연 살인할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이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자신이 쓴 추리소설 작품에서 딱히 범행 동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유머와 수수께끼에 전념한다.

미스터리든 코미디든 둘 중 하나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소장해서 여러 번 읽고 싶은 작품이리라. 환상적인 트릭과 배꼽 빠지는 웃음이 멋지게 춤추는 수작이다.

어떻게 그렇게 했는가에 집중한 추리소설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마네키네코에 대한 백과사전식 설명이 있다. 사건에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단순히 지식 전달만은 아니었다.

삼색털 고양이가 나오고, 이에 따라 일본에서 유명한 추리소설,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중 1권 추리를 언급하며 말장난으로 웃긴다. 또 결정적 힌트로도 써먹는다.

누가, 왜 했는가보다는 어떻게 그렇게 했는가에 집중했다. 수수께끼 자체에 몰입해서 다루기 때문에 읽는 내내 피식 웃다가 의외로 탄탄하게 구성한 미스터리에 끝에서 놀라게 된다.

트릭의 핵심은 비닐하우스다. 364쪽 스파다 궁전의 회랑은 아래 사진을 뜻한다. 실제로 있다.

By Livioandronico2013 - 자작,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5202596 그

된장 미스터리도 나름 궁금하긴 하더라. 얼음칼로 시선을 돌리게 해서 진짜를 못 보게 한다. 이 트릭은 일본 사람이 아니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가쓰오부시가 뭔지, 이를 대패로 갈기 전에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쓰오부시를 대패로 갈아서 비닐처럼 생긴 것만 봤을 것이다.

수컷 삼색털 고양이의 희귀성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살인동기를 이해할 수 있다. 다잉 메시지도.

게다가, 일본 성 따르는 문화도 알아야 한다. 한국인으로서 나는 결혼하면 서양인처럼 여자가 남자 성을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법률상 부부는 어느 쪽이든 한쪽 성을 선택해서 쓰게 되어"(421쪽) 있단다. 그래서 결혼 후 남자가 여자 쪽 성을 따르기도 한다.

이 추리소설의 범행동기는 특이했다. 돈, 사랑, 복수. 이 셋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 범죄 수수께끼를 풀기 어려웠다. 나중에야 탐정이 이 동기를 설명해 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은 짐작도 못했다. 뭔가를 광적으로 좋아한 나머지, 소위 마니아가 되어서 살인까지 저지를 지경에 이른다.

202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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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가와 시 시리즈 #2
밀실을 향해 쏴라
密室に向かって擊て! (2002)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식여행 2012년

명랑만화보다 더 재미난다

같은 말이나 행동을 반복해서 웃긴다. 이 정도면 명랑만화보다 더 재미난다.

이 소설에 새로 나오는 등장인물 설정이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랑 겹쳐 보였다. 체인 록 장면까지 그랬다. 자기 복제라는 비난이 괜한 것은 아니었다.

트릭 솜씨와 게임성에서 다른 작품 못지 않았다. 대담하게도 이야기 앞부분에 결정적 힌트를 대놓고 보여주고 후반부에서 친절하게 총알 개수를 세어가며 수수께끼를 풀어준다.

밀실 트릭과 독특한 건축물에 대한 작가의 애착은 이 장편소설에도 보였다. 이 작가의 시그니처다.

번역자 임희선의 친절한 주석 처리가 좋았다. 또한 해설이 없어서 스포일러가 없다. 마음에 들었다.

하나 모자른, 발사된 총알의 비밀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장편소설 '밀실을 향해 쏴라'는 이카가와 시 시리즈 2편인데, 지난 1편의 인물과 이야기를 잘 이어받았다.

1편에서 결정적 힌트를 줬던 노숙자는 2편에서 총에 맞아 죽었고, 1편에서 결정적 증언을 했던 건물주 미녀 아케미는 2편에서 탐정사무소의 건물로 이사 와서 우카이 모리오한테 밀린 임대료 12개월치를 요구한다.

1편에서 살인 용의자로 몰렸던 도무라 류헤이는 2편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우카이 탐정의 조수가 되었다.

밀실 자체보다는 발사된 총알 수가 하나 모자른 것에 대한 속임수가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아주 간단하게 해결한다. 이에 대한 힌트도 많이 계속 주었다. 이와 관련해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나일강의 죽음'이 소개되었다.

1편과 마찬가지로, 탐정과 형사의 대결에서 탐정이 이긴다. 뭔가 허술해 보여도, 탐정의 솜씨는 훌륭하며 명탐정이라 불러도 될 정도다.

202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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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가와 시 시리즈 #1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密室の鍵貸します (2002)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식여행 2011년


범행동기마저 우스개로

장편소설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데뷔작이다. 인상적이고 놀라웠다. 정교하고 섬세한 트릭을 보여준다. 우연이 개입되어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 유머는 여전하다. 일본어 말장난이다. 

연쇄 살인에 밀실이다. 그다지 당혹스럽진 않았다. 어느 정도 내 예상이 맞았으나 트릭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범인이 될 수밖에 없잖아 정도의 감이랄까. 열 단계 넘는, 이 촘촘한 속임수를 어찌 알 수 있으랴. 게다가 이미 풀은 수수께끼를 반전시키다니, 대단한 솜씨다.

이 책에는 작가 자신이 추구하는 추리소설 작법에 대한 은밀한 고백이 있다. 78쪽을 보라. 인용해 보면,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가 미스터리의 필수요소인 것처럼 반드시 나오곤 하는데 그런 관계에 대한 설명이 끝도 없이 나와 오히려 지겹게 만들고 결국 나중에는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끝나서"

히가시가와 도쿠야가 쓰는 추리소설에는 범행 동기가 간략하게 나온다. 특히, 이 작품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에서는 아예 그 동기마저 우스개로 써먹는다. 결말에서 웃으면 안 되는데, 웃게 된다. 지향점이 유머 추리소설이다.

반면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은 인간의 범행 동기를 중요시해서 진지하게 다룬다. 추리소설의 본령은 추리 게임성이다. 애써 사회 고발이니 인간의 잔혹성 성찰로 끌어들이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하지만 그래서는 그동안 애써 쌓은 재미를 없애고 읽는 이를 지루하게 한다.

시리즈의 공간적 배경 이카가와 시는 오징어(이카) 강(가와) 시(City)다. 한때 오징어 어업으로 흥했으나 현재는 어중간한 지방 중소도시다. 오징어강 시를 배경으로 7권이 나왔다.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때 탐정이 필요하다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내용 대부분 기억하고 있어서 재미는 크지 않았다. 추리소설 쓰려고 읽는 것이라서 분석하며 살펴보는 것이긴 했다.

첫 장편소설을 이렇게 복잡하고 치밀하게 쓰다니, 데뷔하려고 기를 쓰고 쓴 모양이다. 자신의 장기를 최대한 발휘했다. 촘촘한 트릭과 반전의 유머.

경찰과 탐정의 협력으로 사건을 해결했다. 추리 솜씨가 경찰이 좋았고 탐정은 더 좋았다.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 과연 탐정이 필요할까 의문이었는데, 이 소설 읽으니까 실제로 정말 탐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때가 그렇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렸는데,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 이런 사람이 경찰한테 쫓기는 몸이라면 과연 누구한테 도움을 청할 수 있겠는가. 변호사? 형사 소송을 많이 다뤄봤다면 괜찮은 선택이긴 하다. 하지만 수색, 조사, 추리 들에 능한 것은 아무래도 역시 탐정이다.

20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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