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트레인의 수수께끼
The Mystery of the Blue Train (1928)
애거서 크리스티
황금가지 2007년 9월
언제부터 푸아로라는 표기를 쓰기 시작했는지 모르나, 짐작하기로는 외국어 표기법이 되도록 해당 발음에 가깝게 쓰도록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포와로가 푸아로다. 푸아그라가 생각난다.
본래 해문에서 나온 80권짜리 빨간책들을 발표순으로 모두 읽을 계획이었으나 진도가 가다가 멈췄다. 세월이 흘러흘러 황금가지판 전집도 완결이 되었다. 도서관에 가니 해문 전집은 아니 보이고 황금가지 전집만 보여서 황금가지 거로 푸아로 시리즈를 발표순으로 모두 읽을 계획이다.
황금가지판은 멋진 외양과 달리 오탈자가 독서를 방해한다. 많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른 책에서 지적하는 걸 보면 권마다 한두 개 정도가 아니다. 그냥저냥 읽을만은 하지만, 자꾸 보이니까 거슬린다.
이 책 읽기 시작했을 때, 이거 푸아로 시리즈 맞나 의심이 들었다. 아무리 읽어도 푸아로가 등장하지 않는 거다. 114쪽, 책 4분의 1 지점에 가서야 푸아로가 등장한다.
전 발표작과는 다른 서술 방식을 쓰고 있다. 일단, 헤이스팅스가 안 나온다.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고 등장인물별로 자주 장으로 나눠 전개한다. 조금 읽었다 싶으면 장이 바뀐다. 물론 서술하는 인물, 장면, 장소도 바뀐다. 그렇다고 사건이 긴박하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은 단순한데 등장인물은 복잡다단하게들 나온다. 끝까지 읽고서야 왜 앞부분에서 그렇게 많은 뜸을 들이고 많이 서술했는지 알 수 있다.
백만장자의 딸 루스 케터링은 아버지한테서 '불의 심장'이라 불리는 유명한 보석을 선물 받는다. 선물 받은 루비를 갖고 기차를 타고 가던 중 누군가한테 심하게 얼굴을 가격당한 채 살해당한다. 물론 보석도 사라진다.
가장 먼저 의심스러운 사람은 그렇게 보석을 갖고 기차를 타게 한, 옛 애인 로슈 백작이다. 그 다음으로 용의자는 루스가 죽으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되는, 남편 데릭 케터링이다.
추리 게임은 친절하고 표준적이며 공정하다. 푸아로가 차근차근 범인이 아닌 사람들을 제거해 나아가고 캐서린의 사랑 찾기에 대한 조언을 통해 대놓고 힌트를 준다. 셋 중에 한 명 고르기? 어렵지 않아요. 그래도 추리소설에서는 작가가 갑이다. 범인이 변장에 말맞추기에 난리를 치는데 독자가 어떻게 알아내겠는가. 그저 얘가 이렇게 범행을 했다면 그런 거지.
사람이 죽었고 살인범이 돌아다니는데 등장인물들은 구혼하기 바쁘다. 어이가 없다. 이 사람들 제정신이야! 추리소설에서 로맨스 풍으로 나간다. 애거서 크리스티 스타일이다. 운명적 만남을 네 번 이상 거듭하고 눈동자 어쩌고 하는데 손이 오그라들더라.
열차 미스터리라서 무척 기대를 했는데 평범한 편에 속했다.
※ 참고 : 황금가지판 구판은 제목을 The Mystery on the Blue Train로 잘못 표기했다. on이 아니라 of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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