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탐정
Partners in Crime
애거서 크리스티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는 탐정 캐릭터를 여럿 만들었다. 푸아로와 미스 마플만 있는 게 아니다. 토미와 터펜스, 할리 퀸, 배틀 총경, 파커 파인. 의외로 이 캐릭터의 인기가 많다. 출연작이 몇 안 되서 그렇지, 개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제목 '부부 탐정'에서 보이듯 토미와 터펜스는 부부다. 그리고 탐정이다. 같이 일한다. 이 두 캐릭터는 '비밀 결사'에서 처음 나온다. 그 작품에서 둘은 미혼이었고 이제 그 두 번째 작품에서 결혼한 부부로 나온다. 이후 작품에서는 애 낳고 키워서 늙은 부부가 된다. 이 커플은 '비밀 결사'부터 '운명의 문'까지 티격태격 아옹다옹 잘 지낸다.

이 커플 탐정 시리즈는 첩보물 성격의 탐정소설로 코미디풍이다. 푸아로나 미스 마플 시리즈의 추리소설 분위기에서 벗어나서 가볍고 흥겹고 즐겁다. 일종의 쉼표처럼 쓴 작품들이다.

읽기 시작하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읽기 쉽다. 잘 읽힌다. 소설책이 아니라 만화책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이 소설은 단편소설집이다. 토미와 터펜스는 '국제 탐정 사무소'를 대신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사건을 맡아 해결한다.

이 탐정 부부는 못말리는 커플이다. 사건 조사를 시작할 때마다 여러 유명 탐정과 그 작품이 인용하면서 흉내까지 낸다. 바스커빌 가문의 개. 셜록 홈즈는 그렇다쳐도 푸아로까지 인용하는 넉살이라니. 손다이크 박사와 폴턴. 오크우드 형제. 블독 드러먼드. 칼 피터슨. 익명의 맥카티. 프랜시스 카팍스 여사의 실종. 손리 콜튼와 시드니 템스. 브라운 신부. 구석의 노인. 하노드. 프렌치 경감. 로저 셰링엄. 포춘 의사. 벨 총경. 반 두젠. 프렌치 경감. 로저 셰링엄.

애 여사님은 추리소설을 쓰기 이전에 구할 수 있는 추리소설들은 웬만큼 섭렵하고 내용을 머릿속에 넣어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많은 추리소설을 써냈던 것이 단지 재능이나 열정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그런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사건도 그렇고 그 해결 과정도 그렇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 푸아로나 미스 마플이 나오는 추리소설의 트릭과 반전을 기대한다면 싱겁겠지만, 유쾌한 소설을 원하는 독자라면 가볍게 집어 읽을 만한다.

가장 무도회를 배경으로 한 살인 사건('킹을 조심할 것' '신문지 옷을 입은 신사')은 푸아로 출연 단편소설 '승전무도회 사건 (The Affair at the Victory Ball)'와 플롯이 같다. 더 추가해서 더 재미있게 더 잘 만들었다.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군데 나타나는, 알리바이 트릭은 이 단편집에서는 간단하지만 푸아로 출연 장편소설 '에지웨어 경의 죽음; 13인의 만찬'에 더 복잡하고 발전된 형태로 나온다.

2015.7.24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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