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teen Problems 영국판 1932년
The Tuesday Club Murders 미국판 1933년

열세 가지 수수께끼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황금가지

화요일 클럽의 살인
유명우 옮김/해문

미스 마플 13 수수께끼
박용숙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읽은 책은 황금가지 번역본 1판 6쇄다.

'열세 가지 수수께끼'는 미스 마플이 처음 등장하는 소설이 담긴 단편집이다. 제목처럼 단편 미스터리 13편이 있고 모두 미스 마플이 해결한다.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은 1927년 12월 잡지에 발표한 단편 '화요일 밤 모임(The Tuesday Night Club)'으로 첫 선을 보였다. 푸아로가 장편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으로 데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단편집은 여기저기 발표한 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기 때문에 출간년도(1932년)가 장편 '목사관의 살인(The Murder at the Vicarage, 1930년)'보다 늦다. 이 때문에 미스 마플이 장편 '목사관의 살인'에서 처음 등장한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이 단편집은 미스 마플 시리즈를 준비하기 위한 스케치다. 매주 화요일 밤에 모여서 한 사람씩 범죄 수수께끼를 내고 이를 맞추는 형식인데, 모조리 미스 마플 승리다. 안락의자형 추리소설이다. 상대가 하는 말과 주는 단서만으로 범인을 잡는다.

미스 마플의 추리 무기는 인생 경험이다.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 몇십 년을 사는 동안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많은 걸 깨닫게 됐답니다."(17쪽)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어떤 범죄 미스터리라도 이미 마플 할머니가 알고 있는 유형이다. 그래서 자신의 추리를 이야기할 때마다 그것과 비슷한 사건을 먼저 말한다. "이야기를 들으니까 단번에 그 사람 생각이 나지 뭐니."(26쪽)

이상은 캐릭터상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크리스티가 쓰는 것이기에 원예 지식과 독약 지식을 활용한 트릭이 대부분이었다. 이 두 분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추리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마플 할매가 사는 시골 마을 '세인트 메리 미드'는 미스터리를 위한 허구의 공간이다. 이 마을에 온갖 범죄자란 범죄자는 다 모여서 살인에 절도에 사기를 일삼는다. 어째서 그토록 머리 좋은 범죄자들이 평범한 마을에 몰려오는지 도대체가 알 수가 없다.

이 마을에 사는 이들도 별나긴 마플 못지 않다. 전직 런던 경시청장 헨리 클리서링 경, 미스 마플의 조카인 작가 레이먼드 웨스트, 순박한 밴트리 대령, 대령의 아내이자 못말리는 수다쟁이며 미스 마플의 오른팔 같은 존재인 돌리 밴트리, 아름답지만 영리한 편은 아닌 배우 제인 헬리어 등 별별 캐릭터가 등장한다.


● 화요일 밤 모임 The Tuesday Night Club
음식 독살이다. 생소한, 트라이플이라는 영국 디저트가 나온다. 못 맞췄다.

● 아스타르테의 신당 The Idol House of Astarte
역시 생소한, 아스타르테라는 고대 셈 족의 여신이다. 구체적인 트릭까지 짐작할 순 없었지만 대략의 수법과 범인을 눈치챌 수 있었다. 소거법으로 용의자들을 제거하면 딱 한 명만 남는다. 단검 트릭에 익숙해서 그런가. 트릭이 쉬운 편인가.

● 금괴 Ingots of Gold
사소한 부분에 결정적 힌트를 놓는다. 자동차 바퀴 트릭은 워낙 단순해서 웃음만 나온다.

● 피로 물든 보도 The Blood-Stained Pavement
푸아로 출연 장편소설 '백주의 악마 Evil Under the Sun' 트릭과 같다. 단편으로 먼저 쓰고 나중에 장편으로 늘려 쓴 경우다.

● 동기 vs 기회 Motive v. Opportunity
유서 관련 단순하고도 자주 봤던 아주 식상한 트릭이다.

● 성 베드로의 엄지손가락 The Thumb Mark of St. Peter
음의 유사성 때문에 생기는 언어 혼란을 이용한 트릭이다. 필로카르핀이라는 약물이 나온다. 역시 생소하다.

● 파란색 제라늄 The Blue Geranium
간단한 과학 상식이면 풀리는 수수께끼다. 산성, 중성, 알카리성.

● 동행 The Companion
미스 마플 출연 장편소설 '예고살인'의 틀거리다.

● 네 명의 용의자 The Four Suspects
이 단편집에는 비교적 쉬운 수수께끼를 많이 수록했다. 이 단편은 아예 용의자를 네 명으로 압축해 주며 편지를 힌트로 준다. 편지는 영어로 읽어야 철자가 보이기 때문에 번역문이라서 알아차리긴 곤란했다. 이래서 원서로 읽어야 한다니까. 175쪽에 짧게 언급한 살인 수법은 푸아로 출연 장편 '벙어리 목격자 Dumb Witness'에 나온다. 이래서 발표순으로 읽어야 한다니까.

● 크리스마스의 비극 A Christmas Tragedy
이 트릭도 어디선가 읽은 것 같다. 미스 마플 출연 장편 '서재의 시체 The Body in the Library'가 바로 이 시체 트릭과 비슷하지 않나.

● 독초 The Herb of Death
디기탈리스라는 약초와 디기탈린이라는 강심제가 나온다.

● 방갈로에서 생긴 일 The Affair at the Bungalow 
배우 제인 헬리어의 이야기. 무서운 여자네. 어리숙한 척했던 거군.

● 익사 Death by Drowning
임신한 여자의 익사. 애정의 거미줄에서 일어난 살인.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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