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하우스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원경 옮김/황금가지
유명우 옮김/해문출판사
Peril at End House (1932)

"가장 범인이 아닐 것 같은 사람을 의심하라!" 언제부터인지 추리소설/범죄소설을 읽을 때 생긴 버릇이다. 그럼에도 또 당했다. 크리스티 여사는 독자의 예측을 불허하기 위해 전혀 의심이 안 되는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어 놓았다. 주의해서 읽어나아갔으나 범인을 못 맞췄다.

마지막 장에서 푸아로가 설명하기 전까지 눈치를 못 챘다. 도대체 왜 어떻게 그 사람이 범인이냐고 따지고 들면서 읽어내려갔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만큼이나 독자를 바보로 만들었다. 지난번에 읽은 '블루 트레인의 수수께끼'가 그저 그래서 이번에 정신줄 놓고 읽은 탓일까.

'엔드하우스의 비극'에서는 '블루 트레인의 수수께끼'에 참여하지 못했던 헤이스팅스가 등장한다. 역시 둘이 같이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밉살스러운 푸아로를 꼬집어줄 선한 사람이 있어야지.

소설에서 독자와의 게임은 공정한 편이다. 맞출 수 있는 힌트를 코앞에 놓았다. 예민한 독자라면 맞출 수 있다. 범인이 아닐 것 같은 사람을 의심하면서 용의자를 좁혀 들어가는 독자라면 말이다. 물론 혼란을 주기 위해서 여러 자잘한 미스터리를 끼워 놓았다.

편지, 유언장, 초상화, 쪽지, 권총, 저택(엔드하우스.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는 낡은 집), 강령술. 미스터리 잔치상이다.

살인 위협을 받는 아가씨 닉(남자 이름인데 여자란다). 그녀가 사는 집 엔드하우스. 자신의 숄을 걸칠 사촌이 총에 맞아 죽는다. 닉은 요양소에서 철저하게 보호를 받는 중에도 독살의 위기를 간신히 피한다. 푸아로는 범인을 밝히겠다고 하면서 닉을 죽은 걸로 꾸미고 용의자들을 모두 불러모아서 강신술까지 벌인다. 그리고 밝혀진 진실은 놀랍다.

후반부에 반전이 두 번이나 있다. 모든 미스터리를 다 풀어주고 끝난다. 그림 값 50파운드 미스터리까지.

살인 사건의 범인을 밝히는 중에도 사랑이 있어 또 한 커플 탄생했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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