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in the Brown Suit (1924)
갈색옷을 입은 사나이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해문출판사
유혜경 옮김/황금가지
The Man in the Brown Suit (Paperback)
Christie, Agatha/HarperCollins
모험물과 애정물 애독자인 미혼 여성, 앤 베딩펠드는 지하철 역에서 어떤 남자의 죽음을 목격한다. 그 시체를 검시한 의사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는데, 그는 종이 쪽지 한 장을 흘린다. 거기에는 '17·122 킬모든 캐슬'이라고 써 있다. 돌려 주려 했으나 이미 떠났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으나 죽은 사나이의 몸에서 났던 좀약 냄새가 종이에서도 나자 의심스러워 핸드백에 집어 넣는다.
앤은 신문을 읽다가 한 여인이 빈집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 기사를 발견한다. 문제는 지하철에서 죽은 그 남자의 주머니에서 바로 이 빈집을 돌아볼 수 있는 소개장이 있었단 것이다. 두 사건에 어떤 연관이 있을 거라는 느낌에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뛰어든다. 경시청에 가서 사건 담당자 경감을 만나고, 데일리 버젯 신문사를 소유한 부호를 무작장 찾아 그 쪽지를 보여주고 발표 지면을 얻어낸다.
사건 현장인 그 집에 찾아가 찬장에서 필름 통 하나를 발견한다. 좀약 냄새가 났다. 현상소에 필름을 맡기니까 찍힌 것이 없단다. 주인공은 종이 쪽지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차에 필름마저 아무런 성과가 없자 실망한다. 선박 여행사를 지나치다가 '킬모든 캐슬'호를 발견하고 어디로 가는 배냐고 묻자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이란다. 1등석의 금액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산의 전액과 일치하자 운명이라 여기고 티켓을 사서 영국을 떠난다.
다이아몬드와 낭만의 대륙, 아프리카로 떠나는 여행에서 펼치는 모험와 로맨스다. 이야기는 하원의원 유스터스 패들러 경의 일기와 앤의 독백가 교차되며 서술된다. 왜 이렇게 번거로운 방식을 택하나 싶었는데, 끝까지 읽고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기린 목각 인형은 왜 쓸데없이 얘기하나 싶더니, 역시나 마지막에 아주 요긴하게 써먹는다.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돈 한 푼 없는 여자 주인공한테 남자들이 매혹된다는, 비현실적 로맨스 장르 규칙을 충실히 이행한다. 이런 대사를 보라. "당신은 젊어, 앤. 또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아름다움이 있어." 이런 건 또 어떤가. "앤! 아름다운 당신! 신비로운 당신! 사랑스런 여왕이여! 사자처럼 용감하군. 검은 머리의 마녀!" 결정판 하나 인용하면 이렇다. "돈이 무슨 소용이 있어?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거야. 섬에 있으면 우리는 행복할 거야." 정말요, 여사님? 하여, 우리 앤 양은 섬에 가서 결혼해서 애 낳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
유쾌한 독서였다. 작가의 유머 감각이 마음에 든다. 악당마저 앤 양한테 빠져 청혼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아직도 웃음이 나온다.
끝에서 반전이 연달아 터진다. 역시 애 여사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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