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Act Tragedy (1935)
Murder in Three Acts (1934) 미국판
3막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슬라 옮김/황금가지
클래식 음악에서 바흐를 능가하기 힘들 듯, 추리소설에서 애거서 크리스티를 능가하기는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 최근 영화나 소설에서 보았던 트릭이 이미 크리스티 소설에서 다루었던 것들이다. 좀더 확장하거나 약간 변형했을 뿐이지 그 기본 틀은 변한 것이 없다.
배우가 감쪽같이 주변 사람들을 속인다는 기법은 구식인 듯 보이나, 그 구식조차 후에 얼마나 자주 써먹었는가. 허기야, 요즘엔 이 수법을 쓰면 망신당한다. 그만큼 웬만한 트릭에는 추리소설 독자들이 익숙해져 있다. 이제 애 여사님 소설에서 연기력 뛰어난 사람은 그만 나왔으면 싶다.
'3막의 비극'은 세 번의 살인이 연속적으로 나온다. 1막 살인 사건은 적이 없고 스캔들도 없는 교구 목사의 죽음이라 푸아로는 별다른 살인동기가 보이지 않아 자연사로 판단하고 수사하지 않는다.
하지만 2막 살인 사건은 의사의 죽음인데 분명한 살인동기가 있어 보여서 푸아로가 사건 조사에 참여한다. 그러던 중 3막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의사가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지내던 드 러시브리저 부인이 초콜릿을 먹고 죽고 만다.
세 살인사건을 잇는 공통점은 독약으로 니코틴을 썼다는 점이다. 잉? 담배에 나오는 그 니코틴으로 독살이 되나? 조사해 본 바로는 니코틴이 살충제로 쓰인다고 한다. 독성 물질인 건 맞는데 그럼 얼마나 먹으면 죽을까? 직접 섭취를 하면 담배 2개에 들어 있는 니코틴의 양으로도 죽을 수 있다고.
벨라도나는 동공을 크게 해준다고 해서 예쁘게 보이려고 미용을 썼었단다. 중독성이 있어서 자주 써서 사망에 이른 여성이 많았다고.
애 여사님, 역시 독약 전문가다. 작품 대부분이 독살인 듯하다.
이 소설은 공정한 게임은 아니다. 작가가 정보를 독점한 상태에서 조금씩 힌트라고 주지만 답을 찾지 못하게 하려고 쓸데없는 정보도 많이 준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보느라, 지면은 늘어나고 그거 읽느라 세월은 다 가고 지루했다.
반전의 여왕답게, 애 여사님의 전형적인 스타일답게 가장 범인이 아닐 수 있는 자를 살인자로 지목했다. 또 속았다. 이제 적응할 때도 됐다. 10권을 넘겨야 적응하려나.
등장 밑이 어둡다는 속담은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에게 불멸의 진리다. 반전으로 독자의 허를 찌르고 싶으면 범인을 바싹 붙여 놔라.
BBC 드라마는 시즌 12 에피소드 2다. 각색이 마음에 든다. 원작은 새터스웨이트가 수사에 나서는데, 드라마는 새터스웨이트를 뺐고 푸아로가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쓸데없이 새터스웨이트라는 인물을 끌여들여서 서술하는 점이 영 마음에 안 들었다. 푸아로가 주인공인데 앞에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고 소설 후반부에 가서야 다시 등장한다.
이야기의 경제성 측면에서 영상은 책보다는 제약이 심하다. 배우 한 명을 더 쓰면 돈이 더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장면도 늘어난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이야기를 끝내야 한다. 이래서 드라마에서 각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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