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농장
조지 오웰 지음
열린책들 펴냄
2009년 11월
전자책 O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너무나 유명한 고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 필독도서에 논술시험 대비용이라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읽어보기 전에는 냉전시대 소련 전체주의 사회 풍자우화동물소설 정도로 치부하고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예전에 읽었을 때도 그런 식으로 다소 평가절하했던 소설이다.
하지만 읽고나니 웬걸, 이 소설은 현재 우리 사회를 그대로 꿰뚫어 버리고 있었다.
2018년 북한과 대한민국의 현실이 1944년에 쓴 소설에 완전히 까발려진다. 고전의 놀라움 힘을 경험했다.
동물들은 잘사는 것 같지 않은데 (물론 돼지들과 개들은 빼고) 농장은 더 부유해진 것 같았다.
민중은 개돼지라고 했던 나향욱. 회장님의 갑질에 농락당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임직원들.
나폴레옹은 복서가 즐겨 말하던 두 개의 좌우명 <더 열심히 일하자!>와 <나폴레옹 동지는 언제나 옳다>를 상기시키고
박정희와 박근혜를 무슨 구세주라도 되는 듯 무조건 믿고 옹호하며 죽어라고 일하는 사람들. 촛불 이후에도 아직도 세를 유지 중인 친박 정치인들.
작가 오웰은 이 소설 '동물농장'의 우크라이니판 서문에 이렇게 쓴다.
영국이란 나라도 완전히 민주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영국은 또한 커다란 계급적 차별이 있고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전쟁이 끝난 오늘날조차도) 부의 분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자본주의 국가이다.
'동물농장'은 소련만 비판한 것이 아니었다. '영국'도 비판했다.
"만약 여러분에게 다루어야 할 하층 동물들이 있다면 우리 인간들에게도 다루어야 할 하층 계급이 있습니다!"
오웰은 어느 편도 들지 않았다. 사회의 부조리를 정직하게 썼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첫 문장만 내가 번역해 보았다. 워낙 번역서에 많이 당해서 정말 제대로 번역한 것인지 판단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Mr. Jones, of the Manor Farm, had locked the hen-houses for the night, but was too drunk to remember to shut the pop-holes.
밤이 되자 매너(Manor) 농장 존스 씨는 닭장을 잠갔으나 너무 술에 취한 나머지 닭이 드나들 수 있도록 측면에 만든 구멍 같은 문들을 닫는 걸 깜박했다.
1. Manor를 애써 우리말로 바꿀 필요가 있는가?
'매너'라고 번역하면 manner로 오해할 수 있다. 따라서 가로 안에 영문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
2. the night은 그날 저녁 혹은 그날 밤으로 특정짓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밤인가?
the가 들어갔기 때문에 특정한 밤을 지칭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봐서는 특별히 그날 그밤이라고 강조해서 말하는 것 같진 않다. 즉, 밤이 되었으까 닭장 문을 잠근다고 말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3. too to 구문을 직역할 것인가, 의역할 것인가?
직역 문장은 영어 학습자에게는 유용하나 우리나라 독자의 가독성을 위해서는 원문의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선에서 의역을 하는 것이 좋다. 너무 뭐뭐해서 뭐뭐할 수 없다. 이런 식의 번역은 되도록 줄여야 한다.
4. pop-hole은 우리말에 딱히 없다.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팝홀이라고 한 후 그 뜻으로 주석으로 다는 방식이 있으나 그러면 독서의 흐름을 끊기 때문에, 더구나 논문이 아닌 소설에서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복수형 pop-holes니까 그런 게 여러 개라는 뜻이다.
쪽문, 닭장의 작은 구멍, 작은 구멍, 닭이 드나드는 작은 쪽문, 작은 출입구, 출입구, 작은 구멍들, 작은 쪽문, 여기저기에 뚫린 구멍, 대문간, 작은 개구멍 등 이렇게들 번역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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