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예술이다
Cats in Art (2017년)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은행나무 펴냄
2018년 발행
예쁜 고양이 그림을 보려고 책을 펼쳤는데, 본의 아니게 '서양' 미술사를 간략하게 훑었고 기독교가 등장하기 이전 종교는 쾌락주의였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이집트의 고양이 숭배는 기원전 30년경에 종식을 고했다. 그 여신을 다선성, 쾌락, 음악, 춤과 연관 지어 생각해왔다는 점도 고양이 숭배가 중단되는 데 한몫을 했다. 종교가 웃고 즐기는 행위를 배제하고, 대신에 육체적 쾌락과 정반대라고 여겨지는 근엄하면서 금욕주의적인 접근법을 채택하면서였다." 24쪽.
사진술의 발명은 미술에서 대대적 변화를 일으킨다. 사실주의를 포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차피 정밀하게 묘사하는 것은 사진이 할 수 있는데, 굳이 그림이나 조각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진술이 탄생하면서 화가들은 기나긴 세월 동안 미술 세계에서 지배했던 양식 및 기법과 단절할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의 작품은 더 느슨하고, 덜 세밀하고, 덜 정확해졌다." 105쪽.
우리에게 익숙하고 여전히 인기가 많은 '인상파'는 원래 경멸하는 말이었다. "당시의 평론가들은 그들에게 지독한 공격을 퍼붓었다. 그중 한 명이 경멸조로 "인상파"라는 단어를 썼다. 그림들이 풍경의 흐릿한 인상만을 보여줄 뿐이라는 것이었다. (중간 생략) 그러자 그 화가 집단은 자신들의 그림 양식을 가리키는 위해 인상파라는 용어를 채택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전통 화랑 양식의 속박을 지겨워하던 이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되었다." 106쪽. 이때부터 미술은 더 많은 자유를 얻게 되었고 오늘날 바나나에 덕트 테이프 붙여 하얀 벽에 고정한 것이 미술 예술이 되는 지경에 이른다. 현대 미술의 자유는 광기, 장난, 혹은 객기로 보인다.
"앤디 워홀은 고양이를 스물다섯 마리까지 기른 적도 있었고, 중국 화가 아이웨이웨이는 무려 마흔 마리나 기르고 있다." 121쪽. "그녀(레오노르 피니)의 파리 아파트에는 무려 고양이 스물세 마리가 함께 살기도 했으며" 133쪽. 이 정도면 집사가 아니라 사육사다. 예술가 이전에 고양이 사육사네.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하니까 당연하게도 해당 그림이 '대체로' 실렸다. 안 실려 있는 그림은 인터넷 검색으로 볼 수 있었다. 귀찮기는 해도 궁금해서 찾았다.
결국 예쁜 '고양이' 그림이 아니라 인상적인 고양이 '그림'을 보게 되었다. 123쪽에 실린, 파울 클레의 그림 '고양이와 새' 같은 거나 확실히 제대로 미쳤다고 할밖에 없는,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 그림(174쪽) 같은 거 말이다. 그다지 읽고 싶지 않았던 미술사를 읽게 되었지만 재미있고 유익했다. 각 미술가의 삶을 살짝 엿보기도 했다.
책의 후반부는 고양이 그림을 소재로 각 지역 문화를 설명했다. 파라카스, 나스카 문화, 치무 문화, 찬카이 문화, 쿠나 문화, 인도, 시암, 한국, 중국, 일본. 만화와 스트리트 아트를 끝으로 다루었다. 영국 화가 뱅크시는 이스라엘 포격에 파괴되고 남은 벽에 새끼 고양이를 그렸다. 가자 지구의 참상을 알리고 싶었단다.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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