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Book 아트북
PHIDON 지음
이호숙 옮김
마로니에북스

학창 시절에 새 교과서를 받으면 가장 먼저 펼쳐 본 책은 미술 책이었다. 거기에서 흥미로운 그림, 멋들어진 조각, 아름다운 건물을 보았다. 그때는 화첩이 따로 없었다. 살 필요가 없었다. 미술 교과서 한 권만으로도 재미는 넘쳤다.

세월은 흘러 교과서를 보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미술이 좋아서 스스로 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왔겄만,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서가에 화첩은 가득한데 뭐부터 봐야하나. 몇 권 펼쳐 본다. 미술 용어는 이해하기 어렵고, 그림 설명을 읽으니 머리만 아프네. 담배 한 대 피우고 싶군. 참, 난 담배를 못 피지. 도서관에서는 금연이다. 허긴, 나랑 상관없군.

책 등을 주욱 훑다가, 유난히 작은 책이 눈에 들어왔다. 뽑았다. 손바닥만 해서 손에 딱 잡혔다. 내용이 부실할 것 같네. 책을 펴서 읽자, 그 예상은 뒤집어졌다. 한 작가의 작품 한 점.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설명. 비슷한 경향의 작가 목록. 작품 규격과 소장한 곳. 이 모든 게 단 한 장에, 그것도 내 손바닥만한 크기의 종이에 다 있다. 미술기법과 미술사조 용어 풀이에, 각국 미술관의 주소와 연락처까지 부록으로 붙었다. 놀라워라! 귀엽고 사랑스러운지고. 며칠 빌려 보다가 샀다.

미술가, 주로 서양인이고 가끔 동양인도 있다, 500명을 중세에서 현대까지 ABC 순서로 정리했다. 한 작가의 미술 취향이 마음에 들면, 비슷한 취향의 작가 목록을 참고해서 그리로 간다. 햐아, 재미난다. 작가의 다른 여러 작품을 보고 싶으면 인터넷 검색해서 찾아낸다. 오호, 신난다. 중학생 시절 미술 교과서처럼 한 권으로 만족이다.

커피 한 잔 마실 여유가 있다면 이 책 딱 한 쪽을 볼 수 있다. 그윽한 향처럼 풍기는, 미술의 매력에 폭 빠지길.

내가 이 책 살 때는 예경에서 나왔는데 지금은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오네요.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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