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황금가지 해문출판사
Death in the Clouds 1935
Death in the Air 미국판
비행기 밀실 살인 사건이다. 사채업자가 독침에 맞아 죽는다. 생뚱맞게 마침 말벌이 발견되었는데 하필 때마침 고고학에 열중인 부자한테 잡혔다. 게다가 독침을 쏘는 대통은 하필이면 푸아로의 자리 9번석에서 나온다. 범인은 분명히 비행기 탑승자들 중에 있다! 이 판국에 자기가 대통을 갖고 있었다고 자백하는 추리소설가가 납신다. 어이쿠야!
애 여사는 탑승객 거의 모두 의심스럽게 해놓는다. 그리고 탐정 푸아로는 엉뚱한 말벌에 신경을 쓴다. 아니, 지금 대통으로 독침을 맞아 죽었는데 왜 말벌을 신경쓰냐고! 미쳐 미쳐. 도대체 뭐야? 영어 원서 표지에 말벌이 나와서 코미디인 줄 알았더니, 끝까지 읽고서야 제대로 한 방 먹었다.
가난하지만 예쁜 여자 제인의 내 짝 만나기 분위기(돈 많고 잘생긴 남자가 날 좋아해! 헤헤헤.)가 확 풍겨서 거부감이 드는 가운데, 푸아로는 범인잡기 중에도 커플 매니저 노릇 하느라 바쁘시다. 두 커플 탄생했다. 서로 관련 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추리소설이 아닌 연애소설이었으리라.
독자의 주의를 정답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당연하고 단순한 추리를 늘어놓는 것이 정석이다. 탑승객 명단과 좌석 배치표에 객실 도면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당신을 바보로 만들기 위해서다.
옛날 추리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연기의 신' 트릭은 이제 그만 좀 나왔으면 싶다. 이 트릭을 요즘 추리소설에서 쓰면 완전 바보 취급 당한다. 이 트릭을 쓰지 않고서는 반전을 만들기 어려운 것일까.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음악만 있으면 모든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으며 플루트를 쓰다듬는 브라이언트 박사의 모습이었다.
영어원서 완독 후기
책 삼 분의 일 지점에서 독자와 작가의 승부를 걸었다.
비행기 밀실 살인에서 용의자들 소지품 목록만 보고서 범인을 확정했다고 말하는 푸아로. 틀릴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의심 확정 certain suspicion 이라는 표현으로 조심스럽고 정확히 말한다.
안 알려줌으로 독자를 약올린다. 처음 읽었을 때 이 부분에서 아주 환장했었던 게 기억났다. 범인 알고 읽는 지금은 편안하고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13장은 결혼 얘기다. 내 맘대로 해석 요약해 보면 세 가지 유형이다.
1. 돈으로 비싸게 결혼하는 것은 세월이 가면 가치가 떨어진다.
2. 본인과 취향이 맞는 사람과의 결혼은 시간이 갈수록 좋아진다.
3. 가능성은 낮지만 신이 운명처럼 맺어준 사람과 결혼은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낸다.
탐정은 세 커플 결혼을 확정 짓는다. 심지어 기부금을 내서 커플을 만들어 버리기까지.
추리소설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작가 자신의 하소연 비슷하게 들렸다.
202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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