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세번째 여자 해문출판사
세 번째 여인 황금가지
Third Girl (1966)
표지 및 제목과 달리, 그다지 흥미롭게 생기지 못한 여자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누가 죽는 이야기에서는 대체로 미인이 살행당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흔히 '곤경에 처한 미녀'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의 세팅은 정반대다.
얼마나 못생기고 한심한 옷차림으로 푸아로를 찾아왔는지 "그녀를 보고 당장 목욕탕으로 밀어 넣고 싶어 할" 정도다. 지지분한 차림새로 약속도 없이 찾아와서는, 이십 대 여자가 하는 말이 "당신은 너무 늙었어요. 정말 죄송해요."다. 그러고는 자기 이름은커녕 사건에 대해서 한 마디도 안 하고 떠나버린다. 푸아로, 심란하다. 상처받은 탐정, 난 퇴물인가.
때마침 마당발 추리소설가 올리버 부인한테서 전화가 온다. "너무 늙었다고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당신은 하나도 늙지 않았어요." 토닥토닥 위로의 말을 듣는다. 올리버 부인에게 그 여자의 모습을 얘기해 주니 만난 적이 있단다.
자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생각하는' 여자. 그래서 사립 탐정을 찾고 있단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살인"을 떠올린 푸아로는 올리버 부인과 함께 수사에 나선다.
두 번이나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살인이다. 살인은 자신이 하고 심리 트릭으로 상대가 살인이 했다고 믿게 하다니. 기가 막힌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었다는, 참으로 소설 같은 반전이다. 어떻게 자기 아버지도 못 알아보냐고요. 그게 말이 되냐고요, 여사님. '연기의 신' 트릭보다 더 화가 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후반기 추리소설에는 가족 혈연의 닮음을 자주 언급하고 이를 소설의 뼈대로 쓴다. 나이 들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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