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의 시체
애거서 크리스티
황금가지
2007년 발행
2013년 개정판

드라마 미스 마플 시즌1 1화를 본 후, 결말이 동성애자 레즈비언으로 나와서 깜짝 놀랐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동성애를 다뤘다고는 믿기지 않았다. 원작 소설을 읽었다. 역시나 당연하게도 원작은 드라마와 다르게 이성애로 나온다. 각색이 더 흥미롭긴 했다.

제목 때문인지 '서재의 시체'는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 중에 많이 팔리는 책들 중에 하나다. 클리셰의 힘?

미스터리 소설에서 희안한 상황부터 던지고 이를 풀어내는 식은 언제나 잘 먹히는 출발이다. 전개해서 좋은 결말까지 낼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바로 작가의 능력이다. 같은 음식 재료라도 요리사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점잖은 밴트리 대령(아서 밴트리)의 서재에 웬 금발머리 젊은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서재에 시체라니. 이 무슨 추리소설에나 나올 상황이지 않은가. 밴트리 부인(돌리 밴트리)는 처음에는 믿지 않는다. 꿈이 덜 깬 모양이다 싶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고, 톨리한테서 연락을 받은 미스 마플도 사건 현장인 서재로 출동한다.

아무리 봐도 밴트리 대령과 젊은 여자는 연결이 안 된다. 평소 금발머리 아가씨랑 지내던 옆집 영화 관계자 베이즐 블레이크가 범인으로 의심스러워 찾아가 보지만, 평소 그와 지내던 금발 여인은 멀쩡하게 살아나서 나타난다.

실종자 명단을 조사해 보니 시체와 일치하는 사람은 없다. 파멜라 리브즈의 키는 약 167센티미터. 인접 주 경찰서에서 실종 신고 전화가 온다. 루비 킨. 값비싼 럭셔리 호텔에 근무하는 전문 댄서로 금발이며 의상이 서재의 시체와 일치한다. 키는 165센티미터. 흐음.

루비 킨의 사촌인 조세핀 터너(조시)가 신원 확인을 위해서 도착한다. 시체를 보고는 놀라거나 슬퍼하기보다는 화가 난 모습이다. 뭐지?

머제스틱 호텔에서 댄서 겸 브리지(카드 게임의 일종) 호스티스로 일하는 조시는 해수욕을 하러가다가 바위에 미끄러져 발목을 심하게 삐어서 자신의 대타로 사촌 루비 킨을 불러 들였던 것. 그 옛날 영국 고급 호텔에 VIP 손님과 놀아주는 전문 직원이 있다니, 흥미롭다. 요즘도 있나? 비슷한 거로 있을 듯.

드라마에서는 치마를 들어올려 이 삔 발목을 보여주는 장면이 은은하게 야하다. 뭐 그냥 내가 그렇게 느꼈을지도. 조시 앞에 있던 남자 세 사람이 일제히 그 발목을 쳐다본다.

루비 킨의 실종 신고를 한 사람은 머제스틱 호텔에서 머물고 있던 갑부 콘웨이 제퍼슨은 루비를 입양 후 거액의 돈을 물려주겠다는 유서를 썼다.

초반 황당한 상황은 범인의 계획이 틀어져서 생긴 일이었다. 서재에 시체가 발견되기 위해서 작가는 그렇게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범인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자 당황했으나 계획대로 베이즐 블레이크가 범인으로 잡혀서 안도한다. 그러던 중 콘웨이가 유서를 다시 고쳐서 루비한테 주려는 돈을 기부한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함정 파서 범인을 잡는다. 무난한 해피엔딩.

남자아이 티퍼 카모디가 이렇게 말한다. "추리소설이라면 전부 읽었고요. 도로시 세이어스, 애거서 크리스티, 딕슨 카랑 H. C. 베일리한테 사인도 받았는걸요." 대놓고 자기 이름을 거론한다. 애 여사의 자신감.


The Body in the Library (1942) 영어원서 완독 후기


모르는 단어를 한 열 번 정도 찾아 봤던 것 같다. 수월하게 읽어낸 편이다.

드라마를 보고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읽었다. 드라마는 동성애로 반전을 주며 범인을 바꿨다. 원작 소설은 이성애자가 범인이었다. 드라마는 계속 이어지는 화에서 미스 마플의 불륜을 이야기하는데, 원작 소설에는 그런 얘기 없다. 결국 드라마 각색은 원작을 더 다채롭고 더 깊게 바꿨다.

동떨어져 보이는 두 살인 사건의 연결점은 잘린 손톱으로 알아낸다. 이는 순전히 운이었다. 미스터리 소설 팬인 소년이 살인 사건 기념품이라면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 손톱을 챙겼던 것이다.

기존 추리소설의 흔한 설정, 서재의 시체를 가져다 트릭으로 이용했다. 작가의 도전적인 작품이다.

2025.02.12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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