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지옥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김운찬 옮김/열린책들
신곡 : 연옥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김운찬 옮김/열린책들
신곡 : 천국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김운찬 옮김/열린책들
이 책은 날씨에 따라 읽는 부분이 달라진다. 비가 오는 날에는 지옥편, 어두컴컴하면 연옥편, 화창한 날에는 천국편을 읽는다.
비가 온다. 단테의 '신곡'을 꺼내서, 지옥편을 읽는다. 가까스로 연옥편과 천국편을 대충 훑어 읽긴 했지만, 여전히 지옥편을 반복하고 있다. 나 스스로 죄 많은 인간이라 생각하는 걸까. 아니다. 지옥이 제일 재미있기 때문이다. 연옥과 천국은 지옥에 비하면 심심하다.
천국은 지옥에 비하면 도대체 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천국은 추상적이지만 지옥은 구체적이다. 지옥은 생생하게 보인다. 죄에 따라서 받는 형벌의 모습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고리대금업자는 목에 돈주머니를 매달고 있다. 미래를 점친 자는 몸통 위에 머리가 뒤로 돌려진 채 벌을 받는다.
시인 단테와 함께 떠나는 지옥, 연옥, 천국 여행기.
지옥은 벌을 받는 곳으로 지하 세계다. 연옥은 죄를 씻는 곳으로 지상 세계다. 천국은 신을 만나는 곳으로 하늘 세계다. 시인은 지옥과 연옥에서는 베르길리우스를 따라 돌아다니고, 천국에서는 베아트리체를 따라 여행한다.
평소 자기가 좋아했던 작가 베르길리우스와 첫사랑 베아트리체를 작품에 등장시켜 만난다. 둘은 그가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다. 둘은 죽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상상력으로 죽음을 뛰어 넘는다.
지옥, 연옥, 천국에서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사연을 들어주거나 묻는다. 단테는 어떻게 해서든 시로 쓰기 위해 지옥, 연옥, 천국에 있는 존재들을 귀찮게 한다. 단테의 수다는 계속 이어진다.
100편의 서사시.
지옥, 연옥, 천국 각각 33곡씩인데, 지옥편 앞에 서곡 1편이 있다. 3행 1조. 번역이라서 원문의 운율을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소설로 읽힌다. 판타지소설 읽는 기분이다.
'신곡'은 읽기 쉬운 책이 아니다. 중세 세계관, 집필 당시 이탈리아의 정치문화적 상황, 서양 고전 문학, 성경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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