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꿈과 젊음과 정열이 누군가에 의해 몰수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학교에서는 하라는 공부를 하고, 직장에서는 하라는 일을 하는 삶이 지긋지긋한 적이 있는가. 화려한 대중 매체와 거대한 조직 사회가 강요하는 꿈을 쫓기에 바쁘다. 그 꿈은 몇 명만이 이룰 수 있다.

그 외 나머지, 잉여 인간은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서 대리 만족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컴퓨터와 자동차와 휴대폰이 있어 편리한 세상에서, 가까운 마트에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인 이 사회에서 나의 진짜 꿈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럴 때 김영승 시집을 편다.

위선적인 현실을 비웃고 그런 세상에 사는 자신조차 비웃는 김영승. 그런 시인의 삶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참혹하다. 비쩍 마른 체격에 볼품없는 옷차림. 그런 처지임에도, 그는 웃는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어린이처럼 웃는다. "은하수처럼 펑펑 쏟아지는 고운 눈빛"으로 웃는다.

시집에 실린 시는 제목이 죄다 '반성'이다. 반성 187, 반성 699, 이런 식이다. 그의 시는 자신을 반성하는 일기다. 말장난에, 자조적 웃음에, 넋두리에,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에, 음탕한 말에, 성경 말씀에, 철학 용어에, 신문 기사며, 욕설까지. 이런 말을 여기저기 흩뿌리고 비꼬는 말을 이리저리 늘어놓는다. 이게 시냐? 시인은 답한다.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서정시."

수많은 고학력 백수 젊은이들이 방황하는 대한민국 21세기에, 김영승의 시는 그들을 위한 찬송가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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