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최승호 지음
세계사
첫 부분 '자서'가 마음에 들어 끝까지 읽었다.
최승호는 눈 내림, 사라짐, 녹아 버림에 대해서 상상한다. 시어는 이런 모습들에 대한 상상으로 펼쳐진다. 눈 내림은 따스함으로, 사라짐은 죽음으로, 녹아 버림은 허무로 발전한다. 그의 시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그 이후가 없다는 점이다. 거기서 끝이다. 시어들이 더 나아가지 않고 갇혀 버린다. 왜 더 나아가지 않을까.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마치 세상의 끝을 느낀 듯한 절망감에 빠진다. 죽음 이후로 상상할 수 없어서 그런 걸까. 허무 이후로 상상할 수 없어서? 이것이 삶의 한계일까.
재미있다. 불교와 도교가 세태풍자와 언어유희로 표현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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