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호 수문
조르주 심농 | 열린책들

완전 드라마네


대개 추리소설에서는 드라마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소설 전반의 분위기를 지배하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조르주 심농의 추리소설 시리즈 '매그레'는 유별난 소설이다.

전혀 감상적일 것 같지 않은 제목, '제1호 수문'에 흔한 범죄 수수께끼 이야기려니 읽었다가 소설 후반부에서 아주 진절머리가 날 정도의 드라마를 쏟아내는 것에 기겁하게 되리라.

초반 범죄 미스터리는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수문 근처 물에 빠닌 노인. 등에 칼을 맞은 사내. 자살. 살인. 복잡하게 얽힌 애증의 실타래.

매그레 시리즈 중에서 가장 드라마적인 작품이다. 소설 내에서 드라마라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언급할 정도다. 그리고 실제로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매그레는 형사 반장으로서는 이번이 마지막 사건이다. 아직 정년은 멀었지만 일찍 은퇴를 결심하고 결행한다. 아마도 출판사를 파야르에서 갈리마르로 옮기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다음 권 19번째 '매그레'를 파야르에서 출판하고 다음 편부터는 갈리마르에서 펴낸다.

뒤엉켜 버린 욕망의 사슬

뒤엉켜 버린 욕망의 사슬 속에서 끝장나 버린 인간. 조르주 심놈이 매그레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인간상이다. 그런 사람이 절절하게 고백하는 말을 들어주는 게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씁쓸한 인생 드라마를 보여주며 끝내는 식이다.

자수성가한 사내, 술꾼 노인, 미친 여자, 그리고 아기. 여기에 자살이 이어진다. 겉으로 들어난 모습만 봐서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다. 이야기는 사건 뒤에 숨은, 인간군상의 어처구니없는 진상을 보여준다. 정말이지 소설이다. 사연과 사람이 꼬이고 꼬여 불행으로 치닫는다.

범인의 장황스러운 고백을 듣고 있으면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나오는 인물을 보는 것 같다.

시리즈가 18편까지 오니, 우리의 주인공 매그레는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경찰 생활에서 은퇴한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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