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드르인의 집
조르주 심농 | 열린책들
실종사건, 의외의 범인
실종사건을 수사해 달라는 부탁에 국경지대(벨기에와 프랑스)의 작은 마을로 떠나는 매그레. 예전 작품 '네덜란드 살인 사건'처럼 뭔가 갑갑하고 압도적인 사회 분위기에 휩싸인다. 특히, 유력한 살인용의자로 몰리고 있는 집안(프랑드르인 가족)의 여자가 부르는 노래 '솔베이지의 노래'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밝혀진 살인범은, 정말 의외였다.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 절대로 의심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격일 터.
매그레 반장은 범인의 자백을 듣지만 체포하지 않는다. 자기 부인한테는 그냥 '가족사'라고 할 뿐이다. 1년 후 우연히 위조 지폐 사건 조사 중 다시 만난 살인범. 사장 비서로 일하고 있었다.
이 소설 처음 읽었을 때는, 기록(결말과 후일담이 구수하다)을 보면, 무척 좋게 보았다. 하지만 2년 정도 지난 지금에서 읽은 기분은 썩 좋게 보이지 않는다.
추리소설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취향이겠는데, 이런 식의 인간 드라마 인간 극장 같은 것보다는 트릭을 중시하는 사람한테는 매그레 시리즈는 영 불만스러운 소설이다.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주인공
매그레 반장이 사건 의뢰를 받아서 실종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보통 추리소설에서는 사람이 그다지 자세히 깊게 그리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등장인물들이 종이 인형으로 보일 만큼 얇고 전형적으로 그린다. 어차피 범인 잡기 수수께끼의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애써 그럴 필요가 없는 법이다. 허나, 조르주 심농은 매그레 반장의 추리소설에서 수수께끼보다 인물을 중시한다. 아주 평범해 보일 법한 사람을 무척 독창적으로 돋보이게 그려낸다.
사연에 집중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주인공 매그레/작가는 일반적인 추리소설에서 하지 않는 일을 한다. 살인범 혹은 자살자한테 깊은 감정 이입을 해대는 것이다. 트릭의 정교함과 기가막힌 반전에 감탄하기보다는 인물의 감정에 감동하게 만드는, 심농 스타일이다.
심농은 범인잡기라는 장르 규칙을 따르면서 실제로 노리는 것은 인생 극장이다. 인간 군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해내는 데 놀라운 재능을 가진 작가다. 생생하고 정밀하게 사람을 그려내는 솜씨가 경이롭다.
추리소설은 역시 작가한테 당해야 맛있게 읽힌다. 또 당했다.
추리소설이 반전을 만드는 기법은 거기서 거기라서 읽을수록 규칙처럼 보인다. 반칙 아닌 반칙인데, 독자의 일반적인 상식과 기대를 배신하면 놀라운 반전을 만들 수 있다. 화자가 범인이거나 경찰이 범인이거나 심지어 탐정이 살인범으로 밝혀진다. 가장 범인이 아닐 것 같은 자를 살인범으로 드러나게 하면, 독자는 경악 혹은 발악(?)하게 된다.
결말과 후일담이 구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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