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untainhead (1943, 1968)
파운틴 헤드 1, 2
아인 랜드 지음
휴머니스 

마천루 1, 2
광장

군사 훈련을 직접 받기 전에, 나는 군대를 이상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했다. 군사 단체는 엄격한 규칙으로 가장 효율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는 그 반대였다. 군대에서는 절대 혼자 튀어 나와서는 안 된다. 만약 상사가 "차렷" 구호를 외쳤는데 나를 빼고 모두 열중 쉬어 자세를 취했으면, 나도 빨리 열중 쉬어 자세를 취해야 했다. 모두 모자를 벗고 있는데, 나만 모자를 쓰고 있으면 안 된다. 군대는 모든 사람이 똑같아야 한다. 개성은 금지다.

이런 군대의 특징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는 꽤 안정적이다. 그리고 애써 나 혼자서 뭘 생각하거나 혼자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오직 집단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면 만사가 잘 돌아가는 것이다.

군대의 모습은 직장 사회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직장에서 지나치게 튀는 기획안을 제안하면 그 기획자는 따돌림을 당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꿈과 이상을 쉽게 버린다.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단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주변 사람들과 타협하지 않고 밀고 나아가는 이상주의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해 보자. 그 이상주의자는 사방에서 공격을 당한다. 인류사를 돌이켜 보면, 위대한 인물은 종종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갈릴레이를 생각해 보라.

[파운틴 헤드 / 마천루], 한 이기적인 이상주의자의 모험담이다. 이 소설은 한 건축가가 모든 사회적 편견과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공격을 이겨내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한다는 이야기다. 1930년대 미국이 배경이다. 이 시기에 미국 맨하턴은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빌딩이 세워졌다. 그 시기 이전에 그런 마천루를 사람들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예전 건축 양식이 좋다고 생각했기에, 효율적이지 못한 화려한 장식으로 그 마천루를 꾸미려 들었다. 거기에 반기를 들어 오늘날 현대 건축 양식을 수립하기까지 쉽지 않았던 것이다.

1943년에 나온 책이다. 그럼에도, 지금 읽는 사람들한테까지 꽤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킬 만한, 도발적인 사상을 담은 소설이다. 작가 자신의 사상을 말하기 위해 건축가의 이야기를 썼다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소설 후반부는 주인공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작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논쟁의 핵심은 종교를 포함한 이타주의/인도주의에 대한 질타다. 이 질타에는 개인의 욕망을 무시하는 집단주의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이기적인 개인주의에 대한 옹호는 소수 엘리트가 인류를 이끈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위험해 보이는 이 사상은 우리가 남의 눈치만 살피고 정작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바탕으로 두고 있기에 쉽게 반박하기 어렵다. 더구나, 모든 대다수의 편견과 억압과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주장은 꽤나 매력적이다.

아인 랜드는 자신의 철학은 "객관주의", 혹은 "이성적인 이기주의의 도덕"이라고 불렀다. 소설 [마천루]의 주인공 하워드 로크가 그 철학의 화신이다. 그는 남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이상만을 생각한다. 그의 건축에 대한 생각은 독창적이라서, 지나치게 독창적이라서 기존 관습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상을 밀고 나아간다. 그는 이상과 꿈을 고집하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다. 여기에 정반대의 인물이 그와 쌍곡선을 이루며 나타난다. 피터 키딩은 독창성이라고 하나도 없는 평범한 인물이지만, 꿈과 이상이 없는 대신에 현실과 잘 타협한다. 출세 지향적인 인물로, 사회적 성공으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자신의 꿈과 이상도 없는 텅 빈 인간형이다. 반면, 하워드 로크는 실패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는 꽉 찬 인간이다.

하워드 로크와 피터 키딩이 만들어내는 평행 쌍곡선에 엘스워드 루히가 끼어든다. 그는 기존 관습에 익숙한 대중에 영합하면서 천재적인 사람을 억압하고 제거하는 언론인이다.

이 소설은 두 권짜리로 모두 900여 쪽이 넘고 빡빡한 글씨에 많은 분량의 책이다. 그럼에도 지루하다고 느낄 수 없을 만큼 흥미롭다. 이는 하워드 로크라는 인물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이상주의자를 위한 찬가의 매력.

지은이는 이 책이 인생의 본성과 인생의 잠재적 가능성을 찾는 이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책에서 내 옛날 모습을 보았다. 나는 한때 로크였던 것 같다. 때론 피터 키딩이었다. 현재 내 모습은 하워드 로크도 아니고 피터 키딩도 아니다. 옛날 사진을 보듯, 기쁘면서도 아쉽다. 좀 더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텐데.

이 소설은 1949년 영화로 나왔다. 개리 쿠퍼가 하워드 로크 역을 맡았다. 책에 드문드문 영화 장면이 흑백 사진으로 끼어 있다.

1988년에 번역이 되어 나온 책이 절판도 품절도 되지 않고 꾸준히 나오는 걸 보면 이 소설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게 분명하다. 번역 제목은 마천루에서 파운틴 헤드로 바뀌어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 영어 원서는 물론 꾸준히 잘 나오고 있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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