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은이)
박형규 (옮긴이) | 문학동네 | 2016년
미화하지 않은 전쟁 드라마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고전, 걸작, 명작. 볼드모트처럼 그 이름의 무게를 눌려서 읽기를 두려워 하지 마라. 모든 전쟁은 본질적으로 같다. 미드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좋아했다면 소설 '전쟁과 평화'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드라마로는 잘 알 수 없었던 인물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읽어라.
1권 1부. 여기서 1부 끝이구나 느낄 때 정확히 1부가 끝나서 놀랐다. 뭐 별거 아니고 사소한 건데... 그렇게 잘 맞춘 이유는 간단하다. 전쟁 시작 바로 직전까지가 1부니까.
이미 등장인물들의 미래를 알기 때문에 오히려 과거, 그러니까 소설의 시작 부분이 흥미롭게 읽힌다.
이러저러하게 이 사람 저 사람이 엮이게 되는 걸 보는 재미랄까. 거미줄을 보는 느낌이다.
톨스토이를 열광하며 읽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어쩐지 앞서 작가들과 달리 평생 읽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1권 2부는 초반 전쟁까지는 다룬다. 전쟁을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추화하지도 않았다.
전반적인 전쟁 상황과 한 개인 병사의 내면까지 모두 다룬다. 미드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는 것 같았다. 시대만 다를 뿐 전쟁은 본질적으로 변함이 없다. 혼란과 광란, 공포와 두려움, 어리석음과 위선.
1권 3부는 초기 전쟁 후 여러 상황을 보여준다. 전쟁과 평화에서 주요 인물들 중에 하나인 피예르는 결국 옐렌과 결혼한다.
드라마는 아무래도 인물의 심리와 속마음을 알기 어려운데 소설은 그렇지 않아서, 피예르는 이 결혼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직감하고 미래의 불행을 확신까지 하지만 당장의 황홀한 행복감에 취해 이를 무시한다.
또 하나의 주요 인물인 안드레이는 이 피예르와는 친한 친구다. 그러면서 정반대 혹은 상반대 캐릭터다. 상류 사회의 허례허식에 질린 사람으로, 사회적으로는 대단히 성공했고 정말이지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임에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불행에 빠져 있다. 그래서 이 지긋지긋한 상류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쟁을 기꺼이 환영한다.
피예르는 딱히 별다른 노력이 없이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고 관직도 받고 예쁜 여자가 알아서 결혼해 주는 식으로 인생이 풀린다. 그냥 가만 있는데 알아서 돈, 명예, 인기, 자리, 여자가 굴러 들어온다. 너무 행복해서 미칠 지경에 이른다. 물론 뒤에 가면 좀 달라지긴 한다. 그래도 정말이지 운이 더럽게도 좋은 녀석이다.
황제 앞에서 열병식 하는 군인들의 감정이란, 오늘날 대부분 민주주의 자유주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는 우리로서는 실감하기 어렵지만, 종교 단체 소속의 광신자 집단 같다. 황제를 위해 기꺼이 죽겠다, 아니 죽고 싶다고 할 정도로 열광한다.
전쟁은 누군가에게는 기회이기도 하다. 출세를 위해, 야망을 위해 내달리는 젊은이들. 하지만 죽음과 전장의 공포에 압도당하고 만다.
전장은 개판이었다. 아군끼리 총질을 하고 적을 보자 도망치기 바쁜 병사들. 쌓아 놓은 작전은 계속 움직이는 실제 전장 상황에서 무기력하게 허물어진다.
러시아는 나폴레온에게 패한다. 이 과정에서 안드레이는 포로로 잡힌다. 안드레이 공작은 죽음 직전의 경험을 한 후부터 삶도 죽음도 부질없음을 절감한다. 그리고 신을 찾는다. 구원을 갈구한다. 전쟁 전 평온한 행복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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