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dezvous in Black (1948)
상복의 랑데부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선 옮김
엘릭시르 펴냄
종이책 2015년 9월 발행
전자책 2017년 7월 발행
"사랑하지 않을 때 여자는 신사가 아닌 남자를 싫어해요. 하지만 사랑에 빠지면… 신사를 싫어하죠." 249쪽.
이런 문장으로 밝고 가볍게 썼으면 좋았으련만. 안타깝게도, 코넬 울리치는 어둡고 불안하고 암담한 절망을 추구했다. 언제나 밤이다. 화창한 낮은 잠깐 스치고 지나간다. 희망은 없다.
첫 도입부는 영화 '시암 선셋'과 닮았다. 사랑하는 여인이 하늘에 갑자기 떨어진 물체에 죽음을 당한다. 남자는 절망에 빠진다. 영화는 다시 사랑 찾아 행복을 회복하지만, 소설 '상복의 랑데부'는 복수로 나아간다.
황당했다. 비행기에서 무심코 버린 술병에 맞아 죽는다? 하필 딱 그 자리에 떨어져서. 시암 선셋처럼 냉장고가 아니라 웃진 않았지만. 그건 그렇다 치자.
항공기 회사를 이잡듯 뒤져서 그 병을 떨어뜨렸을 녀석들을 찾아낸다? 그 다섯 명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다? 그냥 사랑에 미쳐서 하는 짓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래 이 남자 미쳤다. 사랑에 미친 남자다. 그래서 슬프다. "사랑이란 손에 넣을 수 없는 환상을 향한 갈망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395쪽.
누아르 로맨스의 완성이 뭔지 보여준다. 이 정도면 로맨스 끝판왕이다. 남들이 시시하다고 유치하다고 해도 나만 좋으면 된다. 원래 사랑은, 로맨스는, 환상은 나만의 것이다.
후반부 반전은 '80일간의 세계 일주' 트릭이다. 정확히 완벽하게 복수한다.
""그럼 징병 위원회까지만 같이 갈게." 그녀는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특이한 장면이 계속 생각났다. 남자들이 징과 병을 들고 일렬로 서 있는 장면이었다." 122쪽.
읽다가 뭔가 싶었다. 설마 울리치가 저렇게 썼을까. 직역해서 옮기기 어려우니 의역했다. 이 정도면 창작 아닌가. 원서에는 징병 위원회가 draft board로 나온다. draft는 연필로 그리는 거로 board는 송판(pine board)으로 상상한다. 옮긴이 이은선의 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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