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4 - 듄의 신황제   
God Emperor of Dune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황금가지 펴냄
2021년 1월 발행 

레토는 모래벌레의 모양으로 변하고 있다. 

수천년의 평화. 사막이라고는 이제 아주 한정된 곳만 있다. 스파이스 또한 그 수가 줄었다. 듄 제국의 황제인 레토가 이 스파이스를 독점하고 있다. 진정한 브레맨은 사라지고 브레맨을 흉내낸 박물관 전시용 브레맨이 있을 뿐이다. 제국의 반란군이 생기지만, 그 힘은 미약하다. 암살 시도는 실패로 끝난다. 여성 군대인 물고기 웅변대를 지휘하는 남자는 끝없이 복제된 골라 던컨이다. 유전자 교배는 황제 자신이 하고 있다.

레토는 듄이 다시 사막으로 돌아갈 것이고 새로운 모래벌레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결국 자신이 모래벌레가 된다는...? 사막->물->다시 사막->물, 이런 순환이 반복되는 걸까.

레토는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모두 가진 존재다. 물론 미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존재다. 대신 유한한 인간성은 상실한다. 신성을 얻는 대신 인간성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영원은 열정을 없애고 지루함에 빠진다.

정확히 말하면, 레토는 신이 아니라 신적인 존재다. 4천년의 생명을 지닌 벌레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존재다. 듄 제국의 황제다.

사랑할 수 없는 것이 신과 같은 존재가 된 것에 대한 저주인가. 레토의 약점은 아직 그런 인간성이 남아 있다는 것? 연민으로 결혼하려는 레토는 아직도 인간적이다.

유전자 교배를 통해 레토가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을 이을 다음 황제의 탄생?

거의 절대적인 추앙을 받으면서 결집시킨 여성군대를 거느리면서 경제 독점과 종교로 제국을 지배한다.

스스로 폭군이 되어 가는 걸 알면서도, 그걸 평화의 시대인 황금의 길이라고 부르는 모순된 행동은 뭘까.

듄은 상당히 많은 시각을 가진 다층 소설이다. 신화, 정치, 경제, 신, 철학적 문제, 이성, 물질, 역사 등에 관한 의문과 답이 이어진다. 4부는 신에 대한 작가의 사색이다. 물질에서 비물질로 변하는 레토 황제. 불멸은 형태가 없어야 한다? 이제 듄 제국은 복제인간 골라 던컨한테 인계된 건가?

예언, 전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흥미롭다. 미래를 볼 수 있으려면 과거를 알아야 한다. 절대적으로 예언할 수 있다면, 다시 말해 미래를 미리 확실히 알 수 있다면, 그 미래를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듄의 황제들은 자신의 죽음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죽을지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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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3 - 듄의 아이들
Children of Dune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황금가지 펴냄
2021년 1월 발행

듄의 아이들은 폴의 아들과 딸, 레토와 가니마의 이야기다. 

제국은 폴의 여동생인 엘리아가 지배하고 있다. 듄 제국은 이제 과거 모래 행성이 아니다. 물이 풍부해지면서 차츰 변한다. 그 변화는 곧 제국의 변화이다. 레토와 가니마는 그 변화의 중심이다. 듄 제국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듄 이야기는 음모와 예언을 반복한다. 음모는 정치 권력을 둘러싼 암투로, 예언은 어쩔 수 없는 운명론으로 흐른다. 특히, 미래를 알 수 있는 존재는 현재와 모순에 빠진다. "미래를 너무 잘 알게 되면 변화를 위한 자유가 배제될 정도로 그 미래 속에 갇히게 된다."고 폴이 말했었다.

운명론적 시각은 생태계의 순환, 곧 자연의 질서와 맞물린다. 물이 부족했던 행성이 물이 풍부해지자 변하는 것처럼, 그 행성에 사는 사람들도 변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음모 속에, 레토는 광야(예수처럼)로 가서 시험을 받고 가니마는 코리노 가문과 약혼하기에 이른다. 권력은 엘리아가 쥐고 있다. 설교자는 듄 제국의 타락에 대해 대중들에게 이야기하고(이 또한 예수처럼) 돌아다닌다. 엘리아는 그가 오빠 폴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정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여러 집단의 음모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이야기의 틀은 듄 제국의 연대기라는 줄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종잡을 수 없다.

사막 행성이라는 특이한 생태 환경, 그 환경에서 비롯된 독특한 문화와 종교. 듄은 종교로 지배되는 가장 '정신' 문명적인 곳이이면서도 우주를 지배하는 스파이스 물질의 본거지이기에 가장 '물질' 문명적인 곳이다.

이야기가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듯하지만, 중간 생략의 효과를 더하고 마무리를 도발적으로 해서 흥미롭고 재미있다.

듄 제국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폴과 엘리아의 끝과 듄 제국의 2세대인 레토 2세의 집권이 이어진다.

레토는 인간이 아닌 존재로 거의 수퍼맨에 가까운 능력을 지녔다. 거의 4천년을 지배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는 인간이 아니라서 성교를 할 수 없다. 유전자 교배는 그의 동생인 가니마에게 맡긴다.

레토의 제국은 군국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스파이스는 점점 부족해지고 사나우카까지 자신의 지배로 끌어들였다. 다음 편 '듄의 신황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암시한다.

통치자의 신격화와 스파이스의 독점으로 성립된 제국, 듄. 그 시작과 끝. 듄 제국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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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2 - 듄의 메시아
Dune Messiah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황금가지 펴냄
2021년 1월 발행

폴이 황제가 된 이후 서서히 몰락의 길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메시아의 이름으로 황제가 된 그는 거의 신적인 존재가 되었으나 결국 유한한 인간일 수밖에 없다. 

작가는 히틀러와 징기스칸을 예로 들면서 소위 평화 제국을 건설하려는 지도자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에 대해 상기시킨다. 신화와 종교의 포장을 쓴 정치라는 것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폭력적인 것인지 고발한다.

육체의 욕망과 정신의 한계에 대한 문제도 다루고 있다. 이제 꼬마에서 여자가 된 엘리아는 그 무서운 예지력과 능력을 지니고도 육체를 지닌 자신의 욕망에 굴복한다.

'골라'라는 복제 인간이 나온다. 분명히 그가 복제된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한다고 해도 사람은 과거의 기억에 종속되는 쉽기 때문에 그 인식을 배반한다. 복제 인간을 대하는 우리의 현실적인 모습에 대한 예언일까.

듄을 단순한 정치 드라마라고 한정시킬 수 없는 것은, 인류의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때론 경멸적으로 때론 분석적으로 인류의 여러 문화(종교, 정치, 관습, 법-헌법 얘기도 나온다, 정신)을 말하는 작가의 어투에서, 그가 소설 이상을 쓰려고 했던 노력이 확연히 보인다.

이 소설가의 이야기를 이끄는 방법은 교묘하다. 모든 카드를 이미 다 보인 후에도 상대를 이긴다. 제국의 황제를 몰락시킬 골라 헤이트처럼,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명백히 알 수 있지만 결코 그 진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듄 1세대인 폴과 그 아내 찬니가 죽고 그의 아들과 딸이 태어나는 것으로 마쳤다. 황제 폴의 고민은 난산으로 죽은 아내 찬니를 복제인간 골라로 부활시킬지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예지의 환영이 보여준 대로 죽음을 택한다. 듄 제국은 폴의 아들과 딸이 태어남에 따라 이어진다. 그래서 다음 편은 '듄의 아이들'이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 알지만 그 일을 변경할 수는 없기에 그렇다. 예언자는 결국 운명론자의 비극에 잠긴다. 폴은 자신의 아내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알지만 어찌하지 못하다. 그저 묵묵히 받아들인다.

이토록 복잡한 정치 음모를 꾸며낸, 작가의 플롯 설정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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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1 
Dune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황금가지 펴냄
2021년 1월 발행

영화보다 책이 더 좋은 이유는? 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제한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세한 얘기를 하지 못한다. 반면 책은 지면은 크게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있다. 때론 영화의 간결함이 더 좋을 때도 있지만.

낯선 용어는 여전히 책 뒤에 있는 용어 해설을 봐야 했다. 하지만 점점 듄의 세계가 익숙해지면서 그다지 낯선 곳이 아닌 곳이 되어갔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다.

하코넨의 공격으로 아트레이드 가문이 망하고 레토 공작이 죽고 아들 폴과 제시카가 사막으로 도망친다. 서로 원수 집안이었던 두 가문이 사실은 결국 피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설정은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그 피의 연결이 폴이다. 폴은 이 두 집안의 전쟁을 끝낼 운명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

방대한 분량의 글인데도, 이야기 전개는 단순하다. 영웅 신화의 전형이다. SF를 뒤집어 쓴, 진부한 신화? 그 신화라는 것은 인위다. 사람을 의도적으로 교배해서 특정 우성인자를 지닌 자를 태어나게 하려는 베네 게세리트 집단을 보면 그렇다. 또, 그 신화라는 것은 끝없는 주입으로 세뇌시킨 말일 뿐이다. 철저한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을 신화라고 볼 순 없다. 말 그대로 계획이다.

영화에선 잘 알 수 없었던 각 인물의 감정과 사정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주인공 폴. 폴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치를 떨며 싫어한다. 자신을 괴물이라고까지 부른다. 1부가 메시아 전설 실현을 다루고 있는데, 정작 그 전설은 철저한 계획에 따라 조작된 것이고 그 계획의 희생자이자 행운아인 자신이 이렇게 끌려다니는 것에 염증을 낸다.

듄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의문. 메시아 전설의 대표적인 주인공 예수도 자신의 운명에 대해 저주했을까. 영화 매트릭스도 이 전설을 따른다. 크게 보면 영웅 신화의 일종인데, 아마도 뭔가 초인적인 지도자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리라. 과학의 시대에 여전히 이런 영웅 신화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 불안은 과학으로 제거될 수 없다. 그래서 종교는 여전히 필요하다.

억압이 있는 곳에는 종교가 번성한다는 말을 확장시키면, 전쟁의 가능성은 종교 때문이라는 말이 된다. 소위 성전, 지하드는 종교 때문이라지만 결국 억압이 근본 원인이다.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면 종교는 사라진다. 억압과 불행이 이어지는 현실에서 종교는 번성하고, 번성한 종교는 전쟁을 부른다. 그렇게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린치 감독의 영화는 메시아 신화의 완성에 집중했다. 결말도 그래서 비가 오는 장면으로 끝냈다. 하지만 책에는 비 내리는 장면은 없다. 게임 듄은 전쟁에 치중했다. 세 가문이 듄이라는 모래 행성에서 다툰다. 각종 전투 장비에 대해 책에는 자세한 언급이 없다. 게임은 전쟁 무기를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책은 영화와 게임과 달리, 정치적 음모라는 드라마에 치중했다. 폴이 공주와 정략 결혼으로 황제가 되는 결말을 보여준다. 린치 감독 영화만 봤다면 공주가 왜 혼자서 주절대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부록으로 듄의 생태계, 듄의 종교, 베네 게세리트의 의도와 목적, 귀족들의 연감, 아라키스 지도 등이 있다. 이야기에 덧붙인 설명이다. 안 읽어도 되지만, 읽으면 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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