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3 - 10점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책세상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3 4 5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 /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 대체로 무해함

 

3권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은 우주 파괴를 막는 것이고, 4권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는 다시 멀쩡한 지구로 돌아가서 아서가 연애하고, 신이 남긴 메시지 확인하는 것이다.

 

뭔가를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은 개인 취향이다. 하지만 1권과 2권에 비해 3권과 4권이 별로라고 느끼는 것은 나만이 아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유독 3권과 4권의 하늘 날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4권의 유머는 다른 책에 비하면 수준이 떨어진다. 과자 봉지 얘긴 정말이지 썰렁하다. 일부러 그런 것일까. 매번 4권을 대충 빨리 읽는다. 작가가 독자한테 짜증내는 부분마저 나온다. 아무래도 애덤스는 소설가라기보다는 코미디언이다.

 

하는 일마다 딱히 잘 되는 일이 없었던 더글러스 애덤스. 그래도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이 있었고 그걸 썼고 별 기대도 안 했는데 대박이 나버렸다. 인생이 잘 풀리는 사람은 유머가 필요하지 않다. 자꾸만 망하고 계속 안 되고 그래서 우울하고 그래도 살아는 해야겠고 그런 사람에게 우스개는 안식처다. 삶을, 우주를 희극의 무대로 보는 순간부터 긴장은 풀리고 화는 누그러진다.

 

 

 

 

 

우울증 걸린 로봇 마빈이 그나마 덜 우울해 하는 장면이 4권 마지막에 있다.

 

"기분이 훨씬 나아졌어요."

 

그래도 작가의 성질머리는 그대로다.

 

이번에는 마빈의 두 눈에서 빛이 진짜로 확실히 영영 꺼졌다.

 

애덤스는 애초부터 이 시리즈 이야기를 희망이나 교훈, 우리가 소설 하면 흔히 여기는 멋지고 제대로된 결말로 나아가는 식으로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결론은 언제나 끝장나는 거다, 암울하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4 - 10점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책세상

 

 

 

 

 

5권 '대체로 무해함'은 다시 이 이야기의 본령인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새로운 판 이야기다. 아서와 그 딸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역시나 확실히 모두가 끝장난다.

 

히치하이커 시리즈는 매번 권 말미에 다음 권에 이어질 미끼를 뿌리고 끝낸다. 그런데 5권은 이게 없다.

 

작가가 건강을 위해 갑자기 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죽어 버렸다. 그래서 미완결이다. 6권 '그리고 한 가지 더'라는 책이 보이는데, 다른 사람이 쓴 것이다. 

 

다음은 5권에서 밑줄 그은 부분이다. 대개가 뭐랄까 온건적 허무주의 분위기다. 그럼에도 뭔가 일이 안 풀리는 사람한테는 무척이나 위안이 되는 문장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5 - 10점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책세상

 

생명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그것이 온갖 종류의 장소에서 삶을 견디며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아서 덴트는 체념하며 깨달았다. 자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스스로에게 삶을 마련해주는 것임을.

 

그는 바틀던식 우주관에 대해 그가 알게 된 점들을 인정하고 존경할 수 있었다. 그 우주관이란, 우주는 있는 그대로의 우주니까 그걸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떠나라는 것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 언제까지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희망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딱 맞는 사건이 일어나게 하려는 노력의 문제점은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그건 '사건'이 의미하는 바가 아니다. 마침내 일어난 사건은 그가 계획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예전에는 이 소설의 결말을 사랑으로 해석했다. '42에서 확인한 사랑' 뭔가 그럴 듯하지만 아니다. 작가의 결말은 세상 종말이다. 다르게 해석하지 못하게 써 놓았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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