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 10점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책세상

 

 

영국식 농담 소설, 무척 한가할 때 읽을 것을 권함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영국 코미디 소설이다. 영국식 농담으로 가득한 책이라서, 선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어떤 사람은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여러 번 읽지만, 어떤 이는 도저히 끝까지 읽기 힘들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이 자기 취향에 맞는지는 직접 읽어 보기 전에는 모른다고 할 수 있다. 

 

내 경험으로는 이랬다. 무척 한가하고 따분하고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읽었더니 그동안 이해도 안 되고 정도 안 가고 엉터리 같았던 이 책을 너무나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는 게 우울할 때면 가장 먼지 집어 들어 읽는 책이 바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다.

 

 

 

 



영화는 소설과 조금 다르면서 농담과 아이템이 추가됨

 

때마침 넷플릭스에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있길래, 그걸 먼저 본 후에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을 읽었다. 예전에 한 번 본 영화이긴 하지만 또 봤다.

 

영화는 아무래도 이 거대한 농담 소설을 담기에는 시간이 짧았던 듯 싶다. 영화만 본 사람은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고 별 재미도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원작 소설을 읽어 보길 바란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이 우주적 농담 에스에프 소설 시리즈는 총 5권까지 있다. 시리즈가 완결되지는 못했다. 작가가 갑작스럽게 사망했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갔던 헬스클럽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자신의 실제 인생 결말마저 지독한 블랙코미디로 쓰게 되었다. 

 

영화는 이 시리즈의 1권을 큰 줄거리로 삼고 다소 다른 전개와 결말을 보여준다. 그리고 소설에는 없는, 새로운 농담 하나(손수건 종교)와 신기한 총 이야기 하나(총 맞은 사람이 총을 쏜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가 덧붙어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 맞게 끝은 사랑과 해피엔딩이다.

 

 

 

 

 

종말과 우스개의 행진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전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종말과 농담이다. 결말은 언제나 세상이 끝장났다로 맺는다. 감동을 추구하지 않는다. 주구장창 농담을 해댈 뿐이다. 뭔가 조금이라도 진지하려고 하면 우스개로 칠해서 끝내 버린다.

 

뭔가 그럴 듯한 이야기, 그러니까 엄청나게 감동적이지는 않을지라도 등장인물이 뭔가를 극복하거나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이야기를 바라는 독자한테는 이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당혹스럽고 황당하고 짜증날 뿐이다.

 

애초부터 이 소설은 농담으로 시작해서 농담을 끝나며, 종말로 시작해서 종말로 끝난다. 우스개는 지나친 진지함에 여유를 준다. 억지로 지나치게 힘을 준 걸 빼는 거다. 지나치게 팽팽하게 부품 풍선을 터트리듯, 그렇게 당신 스스로 억압했던 뭔가를 풀어주게 한다.

 

우스개는 무덤 위에서 추는 춤이다. 우리가 죽음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아무것도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는 게 우리의 의지대로 노력대로 희망대로 반드시 된다면, 우리는 불행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해, 아마도 죽음이 대표적일 듯, 감정적으로 두 가지 반응을 한다. 하나는 우는 거고, 다른 하나는 웃는 거다. 웃음과 울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이면서 둘이다. 빛과 그림자가 그렇듯,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적으로 인지한다.

 

 

 

 

 

 

삶과 우주와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의 답은 왜 42인가?

 

1권을 다 읽는 사람이라면 계속 읽을 가능성이 높다. 단지 시리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도대체 왜 42인지 알고 싶어서 읽으려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삶과 우주와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의 답이 42다.

 

시리즈를 다 읽어 봤지만, 왜 42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인생의 목적은 결국 알 수 없는 것이리라. 뭐라 해도 만족할 만한 답은 없다.

 

2018-09-17 월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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